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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뭘 할 수 있지?” “모두 다”

영화 은빛살구 스틸컷

결혼을 앞둔 비정규직 디자이너인 정서(나애진 분)는 회사일 하면서 야근을 핑계 삼아 틈틈이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웹툰을 그린다.

그러던 어느 날, 부장에게 걸려 심적으로 고생하는데, 곧 분양받은 아파트 계약금 마감일이 다가와 고민한다.

돈은 없는데, 애인(강봉성 분)은 돈 마련하겠다며 코인에 투자했다고 하지, 이번에 계약금을 못 내면 다음 순번에게 집이 넘어가는데 큰일이다.

엄마(박현숙 분)에게 돈 얘기를 꺼내기도 전에 엄마가 먼저 엄마도 돈 없어서 식당에서 일하는 거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엄마가 색소폰을 하나 건넨다. 아빠(안석환 분)와 이혼할 때, 아빠가 엄마에게 식당 리모델링 비용으로 9천만 원을 빌렸는데, 그 차용증이 색소폰에 붙어있다.

엄마는 이 색소폰 가지고 아빠를 찾아가서 네가 돈 받아서 계약금으로 쓰라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정서는 아빠가 있는 묵호항으로 향한다.

택시기사인 친구 혜정에게 아빠 가게는 잘 되는지, 고향 친구들은 잘 지내는지 듣다가 어쩐 일로 아빠 만나러 왔냐는 혜정의 질문에 “그냥 용돈 받으러 왔다”고 답한다.

아빠가 운영하는 횟집에 도착해 “초대도 안 했는데 어쩐 일이냐?”고 묻는 아빠에게 “바다가 보고 싶어서 왔다”고 대답하자, 바다는 저쪽이라며, 손님 쫓아내는 식당이 어디 있느냐며 얼른 들어오라고 한다.

그때 단체손님이 오자 자리가 부족해 정서를 쫓아낸다. 카페에 가서 기다리려는데, 이복 동생인 정해(김진영 분)가 그러지 말고 방에서 쉬라고 한다.

쉬는데 새엄마(최정현 분)가 방어를 갖다준다. 빈 접시를 주방에 갖다 주는데, 정신없이 바쁜 걸 보고 자연스럽게 손을 보탠다.

이 바쁜 와중에 단체손님들과 얘기나 하는 아빠가 미워서 한마디 한다. 그러거나 말거나 아빠는 오랜만에 큰딸이 와서 일 돕는 게 좋아 신이 났다.

다음 날 아침, 왜 돈이 필요하냐는 아빠의 물음에 정서는 결혼 소식을 알린다.

이에 아빠는 당장 예비신랑이 인사하러 안 오면 절대 돈을 줄 수 없다고 말한다.

일이 바빠서 오기가 힘들다는 남자친구 때문에 짜증이 난 정서에게 산책이나 하자며 정해가 끌고 나간다.

대학 진학 대신 음악이 하고 싶은 정해는 정서에게 친한 동네아줌마에게 9천만 원을 주고 아파트를 매입해 작업실로 쓰고 싶다며, 자기 대신 정서가 계약하면 아빠도 뭐라고 못 할 거라며 계약서에 사인만 하면 아파트 구입자금으로 모아놓은 돈을 일단 언니한테 빌려주겠다고 한다.

그렇게 정서와 정해가 아파트 매매를 위해 정옥 아줌마를 만나러 간다.

그 사이 정해 엄마가 통장이 사라진 걸 알고 정해에게 전화하자, 언니가 훔친 것 같다고 둘러댄다.

정서는 정해가 괘씸해 통장을 빼앗아 달아나고, 다시 정해가 통장을 뺏으면서 육탄전이 벌어진다.

정서는 아빠가 사위 삼고 싶어하는 친구 태준과 함께 가게로 돌아와 아빠에게 정해의 통장을 건넨다.

이에 아빠의 마음이 누그러지고, 정서는 혜정까지 불러 태준과 함께 셋이 회포를 푼다.

옆에서 세 사람의 대화를 듣고 정서가 그동안 얼마나 힘들 게 살았는지 알게 된 아빠가 몰래 예비사위인 경현에게 전화해 계약금을 해결해 주겠으니, 내려오라고 말한다.

동해에 온 경현은 영주의 말에 솔깃해 아예 동해에 와서 영주 건물 1층에서 카페나 운영하고 싶다며 정서 속을 긁는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정해 엄마가 정서에게 지금까지 자기가 얼마나 노력해서 가게를 번듯하게 키웠는데, 그 돈 못 주니 아빠에게 용돈이나 받아서 가라고 말한다.

이를 안 택시기사 혜정이 자기 택시 안에서 영주와 정옥이 바람피운 블랙박스 영상을 정서에게 건넨다.

결국 정서는 자기가 원하는 액수의 돈을 아빠에게 받아내는 데 성공한다.

영화 <은빛살구>는 한국영화아카데미(KAFA) 졸업작품으로, 이 시대 2030세대의 고민을 잘 담아낸 작품이다.

결혼을 앞둔 정서는 어찌 운 좋게 목 좋은 곳에 아파트를 분양받았지만, 모아놓은 돈이 없어서 계약금조차 못 내고 쩔쩔맨다.

그런 그녀의 상황을 알고 부장은 정규직 전환을 빌미로 부당한 지시를 한다.

심지어 아빠는 돈 줄 테니까 남자친구 한 번 보여달라며 짜증나게 하고, 남자친구는 일도 바쁜데 월차 썼다가 승진에서 영향 끼칠까 두렵다며 싫다고 한다.

이게 다 그 돈 7천만 원이 없어서 벌어진 일이다. 누군가에겐 연봉도 안 되는 돈이지만, 누군가에겐 집이 없어질 수도 있는 돈이다.

이와 더불어, 정서의 이복동생 정해는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음악활동을 하고 싶다며 부모와 마찰을 빚는다.

꼭 대학 졸업장이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출신학교 간판을 따지는 한국사회에서 무슨 일을 하던지 대학은 나오고 보는 것이 좋은 현실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아직 젊어서 그런 건지 몰라도 정해는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지 대학에 가는 게 중요하지 않다며 부모와 대립한다.

사실 일본이나 독일 등에선 대학 진학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3대째, 4대째 가업으로 내려오는 우동 가게를 운영하면서도 행복감을 느끼니 꼭 대학에 가서 대기업에 취업하는 게 인생의 목표가 아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사람이 대학을 나와야 하는 건 아니다. 전문지식이 필요한 업종에 종사하려는 사람만 대학을 나오면 그만이지, 미용사도, 우동 가게 사장도, 운동선수도, 프로 게이머도 꼭 대학을 나와야 할 필요는 없다.

그렇기에 한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르는 게 중요하지, 대학 졸업장이 중요한 게 아니라는 사회적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대학을 나온 운동선수가 학문적으로 조금 더 많이 알 수는 있으나, 운동선수에게 중요한 건 운동신경과 타고난 감각이지 지식이 아니다.

미용사가 머리만 잘 자르면 그만이지, SKY 출신인지 미용학원 출신인지가 뭐 그리 대수란 말인가.

우리 사회에도 이런 인식이 널러 퍼져야 한다.

극 중 정서가 정해에게 “내가 뭘 할 수 있는데?”라고 하자, 정해가 “언니가 원하는 것 모두 다”라고 답한다.

바로 그런 사회가 되어야 한다. 내가 원하면 큰 어려움 없이 집을 살 수 있는 사회, 내가 원하면 대학을 나오지 않아도 성공할 수 있는 사회. 그게 바로 우리 사회가 나아갈 길이다.

영화 <은빛살구>는 오는 1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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