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청률보다 중요한 건…
<제20회 뮌헨올림픽>이 한창이던 1972년 9월 5일, 이날 있을 중계를 위해 새벽에 출근한 미국 abc 방송사 스포츠 중계팀이 뜻하지 않게 올림픽이 아닌 테러를 생중계 하게 된 실화를 다룬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이 3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올림픽선수촌 근처에 스튜디오가 위치한 까닭에 바깥에서 총소리가 나자, 이게 무슨 상황인지 크로스 체크를 통해 팩트 체크를 마친 abc 스포츠 중계팀이 급히 선수촌 취재에 나선다.
제2차 세계대전 후, 평화를 되찾은 독일에서 유대인인 이스라엘 선수를 대상으로 테러가 일어났다는 사실에, 늘 흥미진진한 뉴스를 전하는 스포츠 중계팀답게 여러 각도에서 현장을 생중계한다.
덕분에 전 세계에서 무려 9억 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지켜볼 정도로 방송은 히트쳤지만, 테러리스트들도 방송을 통해 경찰이 어떻게 접근 중인지 실시간으로 지켜보자, 독일 경찰이 스튜디오로 몰려와 방송을 중단시킨다.
당시 경찰은 테러리스트 진압에 대한 경험과 장비가 부족한 상황이었고, 전쟁 후 개정된 법 때문에 독일군이 테러리스트 진압에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전략까지 노출되지 중계팀에게 화살을 돌린 것이다.
경찰이 돌아간 후, 현장에 나가있는 취재진과 전화 인터뷰로 상황을 전하다가 생생함을 위해 다시 카메라를 켠다.
테러리스트들이 헬기를 이용해 인질들과 함께 공항으로 이동하는 걸 알게 된 중계팀은 급히 공항으로 간다.
그 사이, 독일 공영방송 ZDF에서 공항에 끌려간 인질 전원이 풀려났다고 보도한다.
다른 방송사보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판단으로 abc 역시 인질 전원이 석방됐다고 소식을 전한다.
그러나 사실은 현장에서 여전히 총격전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었고, 결과적으로 인질 전원이 사망하고 만다.
영화는 속보와 시청률에 목을 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잘 보여준다.
과거 KBS, MBC, SBS, EBS 지상파 4사만 존재하던 시절에 비해 채널 수가 60배 넘게 증가한 지금, 시청률 1%도 안되는 방송이 수두룩해지면서, 시청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방송이 점차 선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뉴스 역시 따뜻한 미담 기사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고 좌편향 혹은 우편향 된 보도를 쏟아내고, 학교폭력이나 살인 같은 자극적인 기사를 매일 쏟아내고 있다.
한쪽 진영을 옹호하면 적어도 그쪽 진영의 시청자를 끌어들일 수 있고,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기사를 쏟아내야 시청자들이 채널을 다른 데로 돌리지 않기 때문이다.
abc 스포츠 중계팀 역시 언론인으로서의 사명감보다는 소위 ‘이건 시청률 장사가 되는 아이템’이라고 생각해 테러 상황을 생중계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보니 경찰의 전략이 노출되든 말든 그런 것 신경쓰지 않고, 최대한 이 상황을 흥미진진하게 중계하는데만 몰두한다.
그러다가 문득 생중계 중에 인질이 사살되는 게 전파를 타면 어떡하지 하는 생각도 하지만, 그들은 중계를 멈추지 않는다.
게다가 인질이 전원 풀려났다는 ‘소문’을 듣고 최대한 빨리 보도하려다 보니 정확한 팩트 체크 없이 서두른다.
뉴스의 생명은 첫째도, 둘째도 ‘사실의 전달’이다.
아무리 스포츠 기자라고 해도 기자로서의 기본적인 양식(良識)은 겸비해야 하는데, 늘 도파민 솟구치는 스포츠 뉴스만 해서인지 제대로 된 상황 판단을 못한 점이 아쉽다.
당시 본사에서 스포츠팀이 맡을 만한 건이 아니니 보도국으로 넘기라고 했지만, 현장에 생중계 카메라를 설치한 유일한 팀이라며 자기들이 생중계를 고집하더니 결국 대형 오보를 내고 만다.
더욱이 전 세계 9억 명에 달하는 시청자가 받았을 충격과 공포는 신경도 쓰지 않고, 오직 어떻게 해야 흥미진진하게 이 테러 사건을 안방에 전달할까에만 치중하는 모습을 통해 언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다만, ‘바깥 상황’보다는 스튜디오 안 상황을 중점적으로 보여주는 까닭에 정작 극장을 찾는 관객은 그리 흥미진진하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시 보도 장면을 그대로 활용해 사실감을 높인 부분은 눈여겨 볼만하다.
영화 <9월 5일: 위험한 특종>은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