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그녀에게 점점 빠져들다
지난 리우올림픽에 참석한 선수 중 자신이 레즈비언 혹은 양성애자라고 밝힌 여자 선수는 42명, 남자 선수는 11명이었다.
꼭 레즈비언이 아니더라도 중·고교시절 동성의 친구와 함께 화장실에 들어가거나, 가벼운 입맞춤을 해 본 경험이 있는 여성도 부지기수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아직은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가수 선미는 손톱이 짧다는 이유로 레즈비언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고 있기도 하다.
지난 14일과 15일에 이어 오늘(17일) 밤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관객과 만나는 영화 <동반자>는 독창적이고 실험적인 비아시아권 신인 감독의 작품을 소개하는 ‘플래시 포워드’에 초청된 작품으로 연출을 맡은 제이슨 산체스와 카를로스 산체스 감독 모두 이 작품이 입봉작이다.
30대의 로라는 자신의 어두운 과거와 아버지와의 불편한 관계로 고통을 받는다. 가끔씩 성매매를 하기도 하는 그녀는 어느 날 자기가 청소해주는 집에서 만난 10대 소녀 에바와 친해지면서 급기야 그녀에게 가출을 종용한다.
엄마로부터 벗어나 친절한 언니와 같이 살게 됐다는 사실이 마냥 좋은 에바는 그러나 점점 자신에게 집착하는 로라로부터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로라는 에바를 그냥 동생으로 아끼는 정도를 넘어서 소유하려 하고, 심지어 사랑하기까지 한다.
처음에는 로라의 가벼운 스킨십에 당황해 하던 에바는 점점 그렇게 레즈비언으로 변모해 가던 중, 어느 날 문득 이건 사랑을 넘어 ‘구속’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그녀에게서 탈출하려 하지만, 어렵게 집밖으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선뜻 버스에 오르지 못한다.
통제된 삶을 살던 에바는 처음에 자신에게 모든 걸 열어주는 로라에게 빠져들면서, 두 사람은 불가능한 삶 속에 빠져든다는 걸 알면서도 빠져드는 관계를 잘 보여준다.
이처럼 두 사람의 관계는 한없이 가라앉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에바가 로라에게서 벗어나는 장면을 극적으로 연출하기 위해 마지막 장면을 당초와 달리 수영장에서 에바가 가라 앉다가 위로 올라오는 장면으로 바꿨다는 것이 감독의 설명이다.
참고로 신인감독 답지 않게 심리적 묘사가 잘 표현된 작품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