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곳’ 과거 어떤 곳이었을까?
내가 사는 이곳(here)이 과거 공룡들이 지나다니던 곳이었을지도 모른다. 공룡이 멸종한 후, 마차가 지나다녔을 수도 있고, 숲이 사라지고 집이 들어섰을 수도 있다.
장소는 그대로인데 수많은 세월을 거치며 계속 다른 모습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노인이 된 리처드(톰 행크스)가 과거 자기가 살았던 집에 다시 와 보면서 이 집을 거쳐간 이들을 보여준다.
참전용사가 임신한 아내와 이 집을 사서 첫째 아이 리처드를 낳았고, 리처드가 10대가 되었다가, 원시시대로 돌아가 두 남녀가 이곳에 집이 있기 전 숲에서 사랑을 나누고, 영국군이 이곳을 지나다가 미국 아이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흑인 가족이 이 집에 이사 오는 등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 채로 이 집의 역사를 보여준다.
한 공간에서 생과 사, 기쁨과 슬픔을 보여주는데, 이쯤되면 이 영화의 주인공이 사람이 아닌 집이 아닌가 싶다.
영화 <포레스트 검프>의 톰 행크스가 10대부터 노인의 모습까지의 리처드를 연기했고, 역시 같은 영화에 출연한 로빈 라이트가 리처드의 아내 마가렛을 연기했다.
그게 가능한 이유는 ‘디지털 메이크업’ 기술 덕분인데, 두 사람의 모습을 촬영하면 실시간으로 표현하고자 하는 연령대의 얼굴로 바뀌어 화면에 표현돼, 화면을 보면서 그 나이에 맞는 동작을 함으로써 자연스러운 모습을 연출했다는 후문.
영화 내내 계속 한 장소에 고정된 카메라가 마지막에 줌아웃 되면서 집 밖 풍경을 보여주는데, 계속 집에만 집중하던 관객이 ‘이렇게 수많은 사람이 거쳐 가고,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장소가 사실은 어디 뚝 떨어진 곳이 아닌, 평범한 마을에 있는 어느 집이었구나’ 깨닫게 한다.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이 과거 어떤 곳이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 <히어>는 이달 19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