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아?” 한마디만 해도…
시드니에서 공연을 앞둔 딸 인영(이레 분)이 왜 자기가 챙겨놓은 신발을 안 넣어줬냐고 전화해 따져서일까? 고객을 만나러 가던 연화(김지영 분)가 교통사고를 당해 세상을 떠난다.
그로부터 1년 후. 혼자가 된 인영은 제대로 못 먹고 다니는지 학교에서 급식을 무지막지하게 먹는다.
친구들은 저렇게 먹고도 살도 안 찌고, 단비도 안 내고 예술단에 다니는, 인영에 대해 뒷담화를 일삼는다.
인영은 그런 아이들 앞에서 눈도 끔벅 안 하고 당당히 맞선다.
그래도 예술단 연습을 마친 후, 다른 애들은 부모가 데리러 오는 걸 보면서 부러워한다.
그나마 짜증 나는 아재 개그로 늘 인영을 웃게 해 주려는 동네 약사(손석구 분) 아저씨가 곁에 있는 게 다행이다.
그러나 아무리 약사 아저씨가 맨날 심리케어를 해줘도 경제적 어려움은 어쩔 수 없어 결국 집에서 쫓겨난다.
그러던 어느 날, 몰래 예술단 연습실에서 살던 인영이 예술감독인 설아(진서연 분)에게 들킨다.
지난해 엄마를 여윈 걸 알기에 설아는 2~3일 정도 인영이 살 곳을 찾을 때까지 자기 집에 데리고 있기로 한다.
집에 먹을 것도 없고, 아침에 맛없는 주스를 마시는 설아를 보니 왜 애들이 ‘마녀’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다.
하지만 그런 마녀도, 예전에 연화가 돈이 없어서 중간에 예술단을 그만둔 걸 떠 올리며 인영에게 잘해주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설아가 갑자기 예술단 창단 60주년 기념 공연 무대에 설 사람을 오디션을 통해 선발하겠다고 선언한다.
늘 센터를 차지하던 나리(정수빈 분)가 예민해져서 실수한다.
가뜩이나 예민한 상태인데, 오디션에서 실수까지 하니 더 예민해진 나리가 인영과 친구들에게 시비를 걸다가 싸움이 크게 번진다.
이 일로 아이들의 엄마들이 예술단으로 불려 오고, 집에 돌아온 나리는 엄마(심이영 분)에게 예전엔 엄마가 좋아해서 그냥 했지만, 지금은 과연 내가 하고 싶어서 무용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한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최고보단 최선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늘 최고의 자리에 있던 설아는 아이들에게도 늘 최고가 되길 강요한다.
늘 센터를 도맡던 나리는 잘하면 당연한 거고, 못하면 안 된다는 생각에 오디션을 앞두고 극도로 예민해진다.
오디션을 망친 나리 때문에 아이들 간에 싸움이 번지자, 예술단장(김해숙 분)은 설아에게 늘 최고가 되어야 하는 게 아니라고 강조한다.
과거 설아와 함께 예술단에서 활동한 친구들은 설아는 무용할 때만 웃었다며, 무용 실력만 좋으면 뭐 하냐며 행복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는 언제나 결과를 중시한다. 고등학교 3년 내내 전교 1등을 했지만, 수능에서 답안지를 밀려 써서 원하는 점수를 못 받으면 위로보단 질타한다.
반면, 찍어서 맞춘 것도 실력이라며 칭찬한다.
남편이 가정경제를 위해 주식 투자를 하거나 사업을 벌여서 결과가 좋지 않으면, 이혼하잔 소리를 한다.
결과를 중요시하는 풍토이다 보니 법적 요건을 갖추지 않고 비상계엄을 선포해 국헌문란(國憲紊亂)을 일삼고, 내란(內亂)을 저지르고도 “2시간짜리 내란이 어디 있냐?”는 소리나 해댄다.
이 영화는 비록 결과가 안 좋아도, 그래서 지금 힘들어도 다 괜찮다는 위로를 전한다.
그래서일까? 이 영화는 베를린영화제에서 수정곰(Crystal Bear)상을 수상했다.
영화를 연출한 김혜영 감독은 18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늘 완벽해야 한다는 우리 교육열에, 해외에서 관심이 높다”며 “(극 중) 인물들이 괜찮았으면 해서 제목을 이렇게 정했다”고 말했다.
또 나리 역을 맡은 정수빈은 “나리처럼 살려다 보니 체중이 43kg까지 빠졌다”고 말해 늘 완벽해야 한다는 압박을 받으며 사는 게 얼마나 큰 스트레스인지 느끼게 했다.
얼마 전 세상을 떠난 김새론도 옆에서 “괜찮아?”라고 묻는 사람이 있었으면 이런 비극적인 일은 안 일어났을지 모른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에게 “괜찮아?” 묻고, “괜찮아, 괜찮아!” 위로를 건네면 어떨까 싶다.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는 이달 2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