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거장 자크 오디아르의 현실 감옥 잔혹사
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영화 <예언자>는 19세의 나약한 범죄자 말리크가 냉혹한 감옥에서 생존을 배우며 거물 갱스터로 성장하는 과정을 그린 범죄 누아르 영화다.
칸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받은 이 작품은 감옥 내 정치와 프랑스 이민자 계급의 갈등을 심도 있게 담아내, 2010년 국내 개봉 이후 15년 만에 재개봉한다.
주인공 말리크는 경찰 폭행으로 6년형을 선고 받고 교도소에 수감된다.
부모도 친구도 없는 그는 새로 수감된 범죄자와 몇 마디 말을 나눴을 뿐인데, 갱단 두목 루치아노에게 살인을 강요받는다.
살해 위협을 피하려 했지만, 교도관까지 루치아노의 손아귀에 있는 상황에서 선택지는 하나 뿐이었다.
결국 말리크는 원치 않던 살인을 저지르고, 이를 계기로 루치아노의 비호를 받게 된다.
단순한 심부름꾼에서 중요한 연락책으로, 루치아노의 일을 처리하며 외출까지 하게 되고, 점점 더 깊숙이 범죄 세계에 발을 들인다.
영화 <예언자>는 막 소년에서 성인이 된 말리크가 프랑스 교도소에서 6년간 수감되며 변화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그려낸다.
프랑스 수감자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수감 생활을 통해 어리숙한 범죄자에서 범죄 조직의 일원으로 변모하는 말리크의 모습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말리크가 처음 수감되었을 때 동료 죄수에게 신발을 빼앗기는 장면은 그의 악착같은 생존 본능을 보여준다.
첫 살인을 위해 면도날을 입에 숨기고 피를 흘리는 모습, 살해해야 하는 대상이 너무나 따뜻해서 계획보다 빨리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 등은 그의 복잡한 내면을 드러낸다.
글조차 읽지 못했던 그는 감옥에서 글을 배우고, 범죄 조직에서 생존하는 방법을 터득하며 환경에 적응해간다.
점차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완벽한 범죄자로 변모한다.
울타리만 없을 뿐 현실 세계도 감옥과 같다. 원치 않는 일에 익숙해지고 전문가가 되는 것처럼 말이다.
루치아노의 대장을 살해하라는 부탁에 말리크는 직접 살인을 저지르지만, 첫 번째 살인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환경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영화는 말리크의 변화를 통해 성장을 이야기하지만, 더 높은 자리에 오르며 더 많은 범죄를 저지르는 것이 과연 성장이라 할 수 있을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영화 <예언자>는 오는 2일에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