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받는 게 두려운 청춘에게
불안정한 청춘의 단면을 섬세하게 그려낸 영화 <너의 새는 노래 할 수 있어>가 오는 16일, 개봉 5주년을 기념하여 다시 관객들을 찾는다.
사토 야스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청춘의 불안, 사랑, 그리고 우정을 깊이 있게 담아냈다.
제69회 베를린국제영화제와 제31회 도쿄국제영화제 등에 공식 초청되었으며, 2018년 키네마준보 일본 영화 베스트 10에 선정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영화는 홋카이도 하코다테의 서점에서 일하는 ‘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공장에서 함께 일했던 룸메이트 시즈오, 그의 어머니, 그리고 서점 동료들이 주변 인물로 등장한다.
어느 날, ‘나’와 서점에서 함께 일하는 사치코는 가벼운 연애를 시작한다.
미래를 명확하게 그리지 않은 채 현재에 집중하는 관계.
실직 후 집에 머무는 시즈오와 함께 셋은 대부분의 시간을 공유하며 술을 마시고, 클럽에 가고, 볼링을 치고, 함께 식사하는 등 평범한 일상을 보낸다.
연인이자 친구인 세 사람은 마치 현재만이 전부인 듯 아르바이트로 생활하며 뚜렷한 인생의 목표 없이 흘러가는 대로 청춘을 보낸다.
웃고 떠들며 보내는 시간 속에서 영원할 것 같던 청춘에도 변화의 순간이 찾아온다.
영화 <너의 새는 노래 할 수 있어>는 이렇듯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문득 느껴지는 청춘의 불안과 외로움을 섬세하게 포착한다.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에게 끝까지 이름이 주어지지 않고 ‘나’로만 등장한다는 것이다.
사치코가 서점 점장과 연인 관계여도 개의치 않아 하고, 친구인 시즈오와 단둘이 여행을 간다고 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나’의 모습은 때로는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그는 상처받고 힘들어지지 않으려고 일부러 쿨하고 집착하지 않는 태도로 자신을 방어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무 생각 없이 허무하게 청춘을 소비하는 듯 보이지만, 그 역시 상처받고 힘들어할 수 있는 여린 청춘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시즈오 또한 아픈 어머니의 상황을 너무나 담담하게 받아들인다.
어머니가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도 대중교통이 끊겼다는 이유로 밤새 친구들과 술을 마시는 그의 행동은 일반적인 시각에서는 이해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어쩌면 현실을 회피하고, 어머니와의 마주함을 늦추고 싶었던 미숙한 청춘의 방어기제일지도 모른다.
아직 미완성인 청춘은 모든 상황에 능숙하게 대처하기 어렵다.
영화 <너의 새는 노래 할 수 있어>는 상처받지 않으려 쿨한 척하고, 미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현실을 회피하는 청춘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흔히 생각하는 열정적이고 발랄한 청춘과는 다른, 불안정하고 외로우며 공허한 청춘의 또 다른 초상을 제시하는 것이다.
힘겹고 어려운 시기를 견뎌내는 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싶게 만드는 이 영화는, 나아가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환경을 만들어주기 위해 우리가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은은한 메시지를 남긴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