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생명을 잃은 다큐멘터리
이번 제18회 인디다큐 페스티발에서 ‘올해의 초점’ 섹션에 초청된 이마리오 감독의 2001년 작품 <주민등록증을 찢어라>는 감독이 경찰의 단속에 걸려 단지 주민등록증이 없다는 이유로 열 손가락 모두 지문 날인을 해야했던 경험에서 출발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그는 종이 주민등록증에서 플라스틱 주민등록증으로 바뀔 때 지문날인이 싫어서 교체하지 않은 채, 대체 신분증으로 여권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에) 지문이 없어서 신분증으로 인정할 수 없다며 강제로 지문을 채취하자 이에 반발해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감독은 왜 내가 나임을 증명하기 위해 국가가 부여한 주민등록번호가 필요한지 그리고 범죄자도 아닌데 왜 모든 성인이 지문 10개를 국가에 강제로 제출해야 하는지에 대해 반발한다.
이에 그는 거리에 나가 시민들의 의견도 들어보고, 국가가 대체 나에 대해 어떤 정보를 가지고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정보공개 청구도 내본다.
그러나 이 작품은 근본적으로 지문날인이나 주민등록번호를 대체할만한 제도나 수단에 대해 뚜렷이 제시하고 있지 못할 뿐만 아니라, 도입부 자체가 많은 이들의 공감을 사기 어렵다.
지문 날인된 주민등록증을 미소지해(법으로 주민등록증을 늘 휴대하게 되어 있다), 신분 확인을 위해 지문을 채취(지문만큼 확실하고 빠르게 본인 확인이 가능한 수단이 없지 않은가!)한 것 자체에 반발해 “내 지문을 돌려 달라”며 경찰서에 항의방문 하는 것 자체가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쉽게 이해가지 않는다.
더욱이 너무 오래 전 작품이라 ‘전자 주민등록증’ 도입 등 현실과 맞지 않는 이야기가 나와 현실을 가장 잘 보여줘야 할 다큐멘터리의 생명을 잃은 작품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