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따뜻한 훈훈한 영화
tvN <꽃보다 할배>에서 ‘직진 순재’라는 별명을 얻으며 영어와 독일어까지 능숙하게 구사하던 이순재가 다음 달 5일 개봉을 앞둔 영화 <덕구>에서는 전형적인 시골 할아버지의 모습을 선보인다.
27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덕구>에서 그는 일찍 아들을 여의고, 인도네시아에서 시집 온 며느리가 사망보험금 2천만원을 가지고 집을 나갔다가 돌아오자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 매정하게 며느리를 쫓아내고 홀로 어린 손자, 손녀를 키우는 ‘덕구 할배’ 역을 맡았다.
평생 시골에서 살다보니 배운 것도 변변치 않아 근근이 식당에서 불판이나 닦으며 하루에 돈 만원도 채 못 버는 그런 노인의 모습을 서울대 출신이자 외국에도 능통한 스마트한 이미지의 이순재가 연기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덕구(정지훈 분) 동생 덕희(박지윤 분)가 자꾸만 장판을 뜯어먹고, 말도 늦은 것이 엄마의 사랑이 결핍된 탓이라는 의사의 말에 그는 아이들의 엄마를 찾으러 인도네시아까지 날아간다.
그동안 TV를 통해 보여준 이순재의 모습이 아닌 덕구 할아버지의 모습은 인도네시아에서도 오직 한국어 그것도 사투리로만 이야기 하는 반전의 모습이다.
이 과정에서 왜 덕구 엄마가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가지고 갑자기 집을 나갔었는지 알게 되면서 그동안 자신이 오해했음을 깨닫고 어떻게든 아이들 곁으로 데리고 오려고 애쓴다.
이 영화는 시골에서 혼자 손주를 키우는 조손 가정, 어머니가 외국에서 시집 온 다문화가정, 아버지가 돌아가신 한부모가정 등 다양한 사회적 약자의 모습이 골고루 섞여 있다.
그러나 어느 한 부분도 우울하거나 심한 차별 등의 장면은 없다. 시아버지에게 쫓겨난 인도네이사에서 온 며느리가 안산의 어느 공장에서 일하는데, 업주에게 두들겨 맞는다거나 성희롱 당하는 그런 장면이 없어서 참 따뜻한 영화라 할 수 있다.
또 암으로 세상과 작별할 날이 멀지 않은 할아버지가 아이들을 위탁가정으로 보내는데, 아이들을 데려간 가정에서도 너무나 아이들을 사랑으로 보살피는 모습이 요즘 TV 드라마에서 등장하는 아동 학대 장면과 대조를 이룬다.
그렇기에 더욱 더 관객의 마음을 짠하게 만드는 그런 영화다.
게다가 이장이랍시고 목에 힘이나 주는 고복 할배(장광 분)와 그런 그를 꼼짝 못하게 만드는 정여사(성병숙 분)의 감초 연기가 극을 너무 처지게 만들지 않는다.
그동안 100여 편의 영화에 출연했다는 이순재는 자신의 역할이 90% 이상이라 쉽지 않은 기회라 생각해 출연을 결심했다며, 예전에는 배우들이 어차피 개런티는 거기서 거기인지라 금액에 상관없이 작품만 보고 결정했다며 이번 영화에 노개런티로 출연하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또 안성기, 송승환, 이승현 등이 아역시절 같이 연기를 해 봤는데 덕구 역을 맡은 정지훈 군은 그들보다 더 뛰어난 연기를 선보였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우리나이로 올해 84세인 그는 극중에서 손녀 덕희를 업는 장면 등이 나오는데, 촬영 당시 힘들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술, 담배를 하지 않는데다 어머니도 장수하셨다며 체질적으로 건강하다고 답했다.
불륜이나 출생의 비밀 등이 TV 드라마의 주를 이루고, 극장가는 폭력이 난무하는 요즘 남녀를 불문하고 가슴 따뜻한 영화 한 편을 보고 싶은 이에게 이 영화를 추천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