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다큐]감독 조차 뭘 말하려는지 모르는 작품
이번 ‘제18회 인디다큐 페스티발’을 통해 처음 관객과 마주한 <끝과 시작>은 대체 무엇을 이야기 하려고 하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다.
<삼시세끼>처럼 일정한 상황을 만들어 주는 ‘리얼 예능’이 아니더라도 <다큐 3일>처럼 다큐멘터리도 얼마든지 구성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지루하지 않게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감독의 머릿속에 들어있어야 관객이나 시청자도 내용을 이해하기 쉬워 재미있게 볼 수 있다.
하지만, <끝과 시작>은 감독조차 관객과의 대화에서 밝힌 것처럼, 무엇을 이야기 할지 정하지 않고 찍은 작품이다 보니 관객에겐 세상에서 가장 지루한 다큐멘터리 작품이 되어 버렸다.
시간이나 10분 이내면 그나마 참고 보겠지만, 무려 45분 동안이나 무엇을 이야기 하려는지 모르는 영상을 봐야하는 관객에겐 고문이 아닐 수 없다.
처음 시작할 때 자신이 동성인 여자를 좋아해서 부모님의 자신의 인간관계를 모두 단절시켰다는 문구가 나오는데, 정작 영상은 이와 아무런 관련이 없어보이는 영상만 40분 넘게 이어진다.
체육관에서 운동중인 학생들을 비롯해 길거리에서 가만히 카메라를 든 채 지나가는 사람들을 무작정 찍기만 한다.
차라리 의도를 가지고 만들었더라면, 행인 중에서도 중학생만 찍든 길고양이만 찍든 하면서 나름의 이야기를 만들 수 있었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그리고 영상의 말미에야 조금 감독이 피사체와 대화를 하는 장면이 나올 뿐 ‘대사’ 조차 제대로 없어 관객은 감독의 의도를 알아채기 힘들다.
게다가 롱 테이크(long take) 장면이 많은 탓에 지루함은 배가(倍加) 된다.
영화 보는 것이 업인 기자조차 이해하기 힘든 작품이라면 대중들에게 버림받는 작품이 될 것은 불보듯 뻔하다.
이런 작품을 ‘신작’이라는 이유로 상영을 결정한 주최 측의 안목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차라리 내년에는 기자가 하루 동안 광화문 광장에서 카메라를 고정시킨 채 지나가는 행인을 주구장창 찍어서 제출하면 감독 데뷔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을 정도다.
다큐멘터리가 무조건 있는 그대로 날 것을 보여주기만 한다고 다는 아니다. 주제 의식이 명확해야 하고, 구성이 짜임새 있어야 한다.
<삼시세끼>처럼 인위적으로 ‘연출’하라는 말이 아니라, <다큐 3일>처럼 하나의 주제 아래 ‘구성’을 하는 능력을 먼저 키우길 바란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