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에게 돈보다 진심 어린 사과를…
아윌 비 백(I will be back)을 외치던 터미네이터 아놀드 슈왈제네거가 돌아왔다.
중후한 중년 남성으로 돌아온 그는 이번 <애프터매스>에서 항공기 사고로 아내와 임신한 딸을 잃은 건설노동자 역을 맡았다.
2002년 독일 위베링겐 상공에서 일어난 항공기 추돌 사고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영화로, <블랙 스완>의 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이 제작자로 나섰다.
극중 항공관제사 제이콥(스콧 맥네이리 분)는 동료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혼자 여러 비행기에 관제 지시를 내리던 중 미처 어느 비행기의 고도를 낮추겠다는 무선 교신을 듣지 못해 결국 두 대의 비행기가 충돌하는 사고를 막지 못한다.
이로 인해 사랑하는 아내와 딸을 잃은 로만(아놀드 슈왈제네거 분)은 항공사와 제이콥에게 사과를 요구하지만 이들은 사과를 거부한다.
항공사는 그에게 거액의 보상금과 VIP 우대를 혜택으로 줄테니 더 이상 문제 안 삼겠다는 각서에 서명부터 하라고 하고, 제이콥은 이름과 주소를 바꾸고 새로운 삶을 살면서 그에게 자신은 사과할 수 없다고 말한다.
4년 전 오늘(2014년 4월 16일) 제주도로 향하던 세월호가 침몰했고, 그 배경에는 해수부 출신 퇴직 공무원들이 과적을 눈 감아 줘서 배가 침몰했을 뿐 아니라 대통령을 비롯한 공무원들이 늑장을 부려 수많은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하지만 일부 보수단체들과 과거 정부는 ‘교통사고’일 뿐인데, 유족들이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정부를 물고 늘어진다며 결국 책임 있는 위치에 있는 자가 사과하지 않았다.
결국 당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자신의 비선실세에 의해서 움직였다는 사실이 밝혀져 국민들에 의해 그는 왕좌(王座)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이 영화 속 아놀드 슈왈제네거도 그렇고, 세월호 유가족도 그렇고 진심어린 사과 한마디면 모든 것을 용서했을지 모른다.
부모에게 자식이 먼저 세상을 떠나는 일은 죽을 만큼의 고통일 것이다.
그런 그에게 보상금(자신의 잘못에 대해서 주는 배상금이 아니라) 몇 푼 줄테니 입 다물어라, 이 돈이면 평생 먹고 살 수 있다는 식의 태도로 나온다면 이를 수용하는 부모가 세상에 얼마나 있을까.
폐지를 주워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부모인들 10억원을 주면 아무 소리 안 하고 받을까.
오히려 진정한 사과가 아닌 돈으로 해결하려는 태도에 분노해 극중 로만처럼 사과할 수 없다는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을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나이가 들어서 죽기도 하고, 태어나다가 잘못돼 죽기도 하고, 교통사고로 죽기도, 암에 걸려 죽기도 한다.
하지만 충분히 죽지 않도록 살릴 수 있었음에도 그렇지 못했을 경우, 그 책임을 지는 사람이 유족에게 적어도 진심어린 사과는 해야 하지 않을까.
설령 평생 벌지 못할 돈을 준다고 해도, 사랑하는 가족이 다시 살아 돌아오지는 못한다. 설령 다시 자식을 낳거나 재혼한다고 해도 죽은 이와의 추억까지 그대로 돌아오는 것이 아니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고귀한 생명을 안타깝게 잃은데 대해 진정한 사과와 위로를 바라는 것이다.
이 영화를 계기로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을 진정으로 어루만져 주는 공직자들이 늘어나길 바라본다.
다만, 다른 공중납치나 항공기 폭발 사고 영화 등과 달리 화려한 액션 보다는 유족의 심리적 부분에 초점을 둔 작품이다. 오는 19일 개봉 예정.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