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WFF]그곳에 사람이 산다
이번 제20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에서 세계 최초(월드 프리미어)로 선보인 다큐멘터리 영화 <기프실>은 2009년부터 영주댐 건설 중인 기프실 마을에 사는 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2012년 아버지와 함께 이곳을 찾은 감독이 5년여에 걸쳐 마을 주민들의 삶을 카메라에 담은 작품이다.
마을 뒤로 댐이 들어서는 탓에 곳곳에 보상 완료로 국유지가 되었으니 경작을 금지한다는 표지판을 세워 둔 수자원공사.
그러던 어느 날 감독의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고, 다른 곳에서 보상을 받고 이곳에 온지 10년 되었다는 어느 80대 주민은 또 다시 쫓겨나는 신세가 된다.
여기에 더해 2015년 초등학교 분교는 폐교 되어 건물 자체가 사라진다.
하지만 이 지역 국회의원인 장윤석 의원은 자기가 이주 보상금 500만원씩 더 받게 해 줬다며 삶의 터전을 잃은 주민들 앞에서 마치 무슨 큰 공이나 세운 듯 떠들기 바쁘다.
이 작품은 감독이 ‘오지필름’에서 활동하면서 전국의 4대강 사업의 이면을 카메라에 담으며 문제점을 깨달아 가던 중, 할머니 집 앞도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댐을 건설해 수몰된다는 사실이 생각나 촬영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처음 이곳에 내려갔을 때 이미 80%는 이주를 했을 때여서 남은 할머니들 위주로 촬영을 했고, 특히 유일하게 김노미 할머니가 처음부터 촬영에 적극적으로 임해줬다고 한다.
5년 동안 촬영하면서 본인의 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처음으로 그때 ‘죽음’ 그리고 ‘사라진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면서 기프실과 할머니와 감독 자신은 다른 존재가 아니라는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영상에 드러내는 것에도 주저하지 않는다.
이 작품은 <파란나비효과>처럼 주민들의 절박한 투쟁의 모습 등은 나오지 않아 잔잔하게 보일 수 있으나, ‘그곳에 사람이 살고 있다’는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