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FF] 지금 상황과 너무 어울리는 고전영화
지금은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으로 일하며 영화계의 대모(代母)로 우뚝 선 강수연이 주연을 맡고, 영화계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인간문화재 안숙선 명창이 OST를 부른 지금 기준으로 보면 ‘미친’ 영화가 있다.
바로 1987년에 제작된 영화 <씨받이>가 바로 그것.
이번 제18회 전주국제영화제(JIFF)에서 송길한 작가 특별전을 통해 <명자 아끼꼬 쏘냐> <티켓> <만다라> <짝코> 등과 함께 <씨받이>가 상영됐다.
영화 <씨받이>는 ‘산 자 보다 죽은 자가 더 대접 받는 세상’이던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로, 당시는 제사를 위해 아들만 선호하던 것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처럼 받아들여지던 시대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양반가 규수인 방희가 12년째 태기가 없자 씨받이 김형자의 17살 숫처녀 딸 강수연을 씨받이로 받아들인다.
문제는 강수연의 미모에 반해 이구순이 정해진 합방날 외에도 몰래 밖에서 강수연을 만나 몸을 섞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구순의 어머니가 강수연을 심하게 혼내고 감시한다.
하지만 드디어 강수연이 임신하면서 ‘귀한 몸’ 대접을 받게 된다.
이때부터 강수연은 자신의 아이와 이구순에 대해 집착을 보이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산하자마자 본처가 낳은 아이로 사람들에게 말하기 위해 곧바로 강수연에게서 아이를 뺏은 후 약속한 땅을 주고 멀리 타지역으로 쫓아낸다.
이에 강수연은 자신은 애 낳는 짐승이 아니라며, 아이를 보고 싶다고 울부짖자 ‘선배 씨받이’인 자신의 어머니 김형자는 외모가 사람이라고 사람이 아니라며, 사람대접을 못 받는 씨받이의 인생에 대해 지적한다.
이 영화는 앞서 이야기 한 것처럼 지금이라면 캐스팅조차 힘들었을 ‘대작’으로, 영화의 내용은 오히려 지금 시대에 더 잘 어울린다.
영화 속 조선시대 씨받이뿐만 아니라, ‘최순실 공화국’에 지배를 받은 지금의 대한민국 국민들도 인간답게 살기를 간절히 염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