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여성영화제]성폭력 피해자가 꽃뱀?
지난 6일 열린 제8회 고양여성영화제에서는 2011년 개봉한 국가인권위원회가 제작한 옴니버스 영화 <시선 너머> 중 김현주 주연의 ‘백문백답’이 상영됐다.
올해의 주제인 미투(me too), 위드유(with you)에 걸맞은 직장 내 성폭력을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김현주는 직장 상사(김진근 분)에게 성폭력을 당하고서도 오히려 동료들로부터 꽃뱀 취급을 받는다.
증거로 제출된 CCTV 속 모습은 마치 그녀도 그와의 밀회를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그녀를 조사하는 경찰은 그녀의 처녀성과 상사에 대한 감정에 대해 꼬치꼬치 물으며, 강간(强奸)이 아닌 화간(和奸)으로 몰아간다.
문제는 정작 가해자로 지목된 남성에게는 질문조차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작품은 사회적 약자인 여성이 평소에 마지못해 상사와 친한 척을 했을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채, 아니 더 센 어조로 말하자면 설령 10번 중 9번은 서로 즐겼어도 나머지 1번은 여성이 싫은 상태에서 강제로 당한 것이었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를 잘 드러낸다.
평소에 둘이 좋아하는 사이였는데, 왜 뜬금없이 강간(강제로 범함)이냐고 묻는다면 우리 법조계에서 몇 해 전부터 부부 사이에도 강간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을 모르냐고 되묻고 싶다.
우리 사회가 특히 남성이 가해자일 경우, 성범죄에 대한 다소 느슨한 태도가 개선되길 바라본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