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고 싶지 않은 사랑의 기억
가을을 적실 감성 멜로 영화 <나비잠>이 9월 6일 개봉을 앞두고 지난 28일 기자시사회를 진행했다.
일본 소설에 매료돼 무작정 일본으로 유학 온 작가 지망생 ‘찬해(김재욱 분)’는 학비를 벌기위해 아르바이트를 한다.
베스트셀러 작가 ‘료코(나카야마 미호 분)’는 소설만 쓰다 강사 일을 새로 맡는다. 어느 날, 찬해는 자신이 일하는 아자카야에서 료코가 잃어버린 만년필을 찾아주고, 료코의 개 산책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다. 손으로 직접 원고를 쓰던 료코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설을 쓰고 싶다며, 찬해에게 녹음된 소설을 컴퓨터로 옮기는 작업을 도와달라고 한다.
이렇게 료코의 마지막 소설을 작업하며 두 사람은 서로에게 끌리게 된다.
모든 것을 다 잊어도 그 사랑만큼은 잊고 싶지 않은, 그런 사랑이 있다. 료코와 찬해의 사랑이 그렇다. 무더운 여름날, 삶은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일본에 온 찬해는 공부를 위해 시작한 아르바이트가 본인의 인생을 점령하고, 삶의 회의를 느낀다.
힘들게 번 돈을 도박으로 써버리며 꿈을 잃은 채 일상을 살아나간다. 료코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지만 점점 기억을 잃어가고 있다. 더 기억을 잃기 전에 자신의 마지막 소설을 완성하고 싶어 한다.
삶의 희망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은 우연히 만난다. 소설이라는 연결고리가 서로에게 더 호감을 느끼게 하며, 조금씩 사랑에 빠진다. 어쩌면 그들의 사랑은 필연이었는지도 모른다. 책장의 그라데이션처럼 서서히 물드는 사랑.
<나비잠>에서의 사랑은 조심스럽고 담백하다. 오후 햇살처럼 느긋하고, 따사롭다.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는 표현이 딱 들어맞을 만큼 료코의 기억도 그렇게 멈췄으면 좋겠다 생각된다.
햇살이 가득한 창가에서 책을 읽는 장면처럼 영화 전반에 흐르는 따뜻한 기운은 료코의 집과 서재에 가득하다. 뜨거울 것 같은 여름도 따사로운 여름으로 바꾸는 수려한 연출은 두 사람의 마음을 오롯이 담아내며 섬세하면서 아름답게 표현한다.
또한, 료코역의 나카야마 미호는 <러브레터>보다 성숙한 사랑을 연기하며, 우리의 향수를 자극하고, 찬해 역의 김재욱은 특유의 나른하면서고 섬세한 매력이 화면에 가득하다.
특히, 감독이 “김재욱의 일본어는 아름답게 들린다”며 극찬한 일본어 실력을 확인할 수 있다.
우연이지만 필연이 되어버린 사랑과 그 사랑의 깊이만큼의 사랑의 흔적들, 잊고 싶지 않은 사랑을 위한 선택들을 영화를 통해 만날 수 있다. 감성적인 사랑을 꿈꾸는 이에게 추천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