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는 있는데 설정이 익숙한 영화
3일 개봉한 할리우드 액션 블록버스터 영화 <베놈>은 얼마 전 개봉한 영화 <업그레이드>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이 없지 않다.
외계 생명체 ‘베놈’이 주인공 에디(톰 하디 분)의 몸에 들어가, 에디의 몸이 못 하는 것 없는 존재로 바뀐다는 설정이 바로 그렇다.
만약 외계 생명체(영화에서는 이를 심비오트라고 부른다)가 지구에 살 수 있다면, 반대로 인간도 몸 안에 외계 생명체를 주입한다면 지구를 벗어나 우주에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이에 칼튼 드레이크 박사(리즈 아메드 분)는 비밀리에 이같은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를 위해 그는 우주에서 외계 생명체를 가져와 무연고 노숙자들을 대상으로 생체 실험을 진행한다.
물론 이 중에 상당수는 외계 생명체와 맞지 않아 죽는 경우가 허다하지만, 돈 몇 푼 준다는 말에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고 각서에 서명한 노숙자들은 쥐도 새도 모르게 세상을 떠난다.
우연히 이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음을 안 기자인 에디는 잠입 취재에 성공하고, 이 과정에서 심비오트의 숙주가 된다.
단지 배고프다는 이유로 닥치는 대로 사람을 잡아먹기 좋아하는 외계 생명체에게 윤리적 행동을 가르치며 그는 스스로가 ‘베놈’이 되어 외계 생명체를 다스려 나간다.
문제는 베놈 보다 더 강력한 심비오트가 자신의 종족을 전부 지구로 데려와 모든 인간을 다 잡아 먹을 계획을 세우고, 어느덧 에디 때문에 조금은 성향이 바뀐 베놈이 이를 저지하려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줄거리다.
처음에 지구인을 멸망시키러 왔다가 사랑이라는 개념을 알게 된 후 이를 저지하려 한다는 설정의 일본 영화 <산책하는 침략자>와 약간 닮은 구석도 보인다.
결국 이 영화는 몸이 어떠한 것에 의해 강력한 무기로 변한다는 설정은 <업그레이드>와 인간을 멸망시켜려다 회심해 다른 동료들의 공격을 막는다는 설정은 <산책하는 침략자>와 닮았다고 할 수 있다.
메가폰을 잡은 루벤 플레셔 감독은 “무엇을 하든 이번 영화가 다른 영화와는 달라 보여야 한다”고 강조해 CG부터 세트 디자인까지 스태프들이 공을 들였다고 한다.
특히 베놈은 인간을 훨씬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가진 존재이기에 눈을 뗄 수 없이 공포스러운 모습으로 그리려고 했다고.
마블 최초의 악당 영웅(villain hero)인 ‘베놈’의 인기가 어디까지 치솟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