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영화가 재미없다고?
지난 31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영화 <알리바이 닷 컴>을 보고 난 후, 어느 기자가 영화를 어떻게 봤냐고 묻길래 “프랑스 영화치고 재미있다”고 답했다.
솔직히 고3 때 수능이 끝난 후 친구와 함께 당시 파격적 노출로 화제가 된 <파리에서의 마지막 탱고>를 보러 기차까지 타고 파주의 어느 극장에 가서 영화를 봤는데(당시만 해도 일산에는 극장이 없었다) 영화의 내용이 너무나 지루해 평소 꿈이 ‘애로배우’라던 성에 무지하게 호기심이 많던 같이 간 친구는 도저히 재미없어서 못 보겠다며 먼저 자리를 떴다.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이 지날 동안 직업적으로 본 프랑스 영화들은 대부분 상업성 보다는 예술성이 강한 영화였다.
당연히 가볍게 아무 생각 없이 보기엔 무리인 그런 영화들이었다. 때문에 더더욱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각오’없이 섣불리 보기 힘들다는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하지만 <알리바이 닷 컴>은 그동안 본 프랑스 영화들과 달랐다.
그리 예술성이 높거나 철학적 사고를 요하는 그런 류의 영화가 아닌 말 그대로 5분마다 빵빵 터지는 코미디 영화였다.
2010년 개봉한 엄태웅, 최다니엘 주연의 <시라노: 연애조작단>이 의뢰인의 성공적 연애를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연애 조작단’을 그린 코미디 영화라면, 오는 8일 개봉하는 <알리바이 닷 컴>은 의뢰인의 성공적 거짓말을 위해 무슨 일이든 하는 ‘거짓말 조작단’을 그린 코미디 영화다.
의뢰인은 평범한 대중부터 고위 정치인까지 다양하며, 아내 몰래 골프치러 가고 싶은 사소한 거짓말부터 외도까지 그 어떤 거짓말도 완벽하게 알리바이를 만들어 준다.
덕분에 사업적으로 매우 성공한 그레그(필리프 리슈 분)는, 어느 날 법률가인 플로(엘로디 퐁탕 분)를 만나 진지한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하지만 그녀의 집에 인사를 간 그레그는 하필이면 외도를 도와달라던 고객 제라흐(디디에 보우돈 분)가 그녀의 아버지인 것을 알고 당황한다.
직업 특성상 거짓말이라면 딱 질색인 플로와 거짓말로 흥한 그레그는 어울리지 않지만, 그는 제라흐의 외도를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이 과정에서 벌어지는 여러 상황들이 관객을 배꼽 빠지게 만든다.
다만 한 가지 불편한 점은 아무리 이 영화가 예술성이나 철학적 사고를 배제한 단순한 오락 영화라고는 하나, 재미를 위해 동물학대가 하나의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은 매우 불편하다.
어쨌든 나중에 그레그의 정체가 온 세상에 밝혀지게 되면서 그는 플로에게 차이게 되고, 다시 플로를 잡기 위해 그는 ‘연애조작단’의 도움을 받으며 영화는 끝난다.
주인공 그레그 역을 맡은 필리프 리슈가 주연과 감독을 맡은 이 영화는 프랑스에서 개봉 당시 2주 동안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면서 총 7주간 톱 10 자리를 꿰찬바 있다.
이 영화는 한 TV 프로그램에서 알리바이를 조작해 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본 필리프 리슈가 ‘완전 미친 세상이다’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서 영화의 소재로 활용하게 됐다는 후문.
프랑스 영화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가진 관객이라면 꼭 봐야할 영화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