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 때문에 평생 다른 사람을 품고 살아야 했던 이들
오는 8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마틸다: 황제의 연인>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제정(帝政) 러시아 시대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와 황실 수석 발레리나 마틸다 크레신스카의 알려지지 않은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지난해 러시아에서 개봉하려다 니콜라이 황제를 성인(聖人)으로 여기는 러시아 정교회 신자들의 극렬한 반대로 결국 개봉이 무산되기도 했다.
문화부 장관이 “그저 흔한 극영화”라고 사태를 진정시키려다 오히려 화를 키워 감독의 스튜디오가 불에 타고, 관련 기사를 쓴 기자는 테러를 당하기도 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니콜라이 2세(라르스 아이딩어 분)는 가족과 함께 여행 도중 기차가 전복되는 사고를 겪어 황제인 아버지의 건강이 악화되자 그의 부모는 서둘러 혼인과 함께 대관식까지 치르라고 종용한다.
12살 때 처음 존재를 알게 된 정혼녀 알릭스(루이제 볼프람 분)가 독일에서 러시아로 건너오고 차근차근 결혼식 준비를 해 나간다.
하지만 그는 정작 다른 여인에게 마음을 온통 빼앗겼으니 바로 발레리나인 마틸다(미할리나 올샨스카 분)가 그 주인공이다.
그녀를 못 본 남자는 있을지 몰라도, 한 번이라도 그녀를 본 남자는 목숨까지 걸 수 있을 정도의 미모로 늘 많은 남자들에게 대시를 받는 그녀다.
당연히 좋다고 줄 선 남자가 한 둘이 아니니 그녀의 콧대는 세상에서 가장 높다. 하다못해 니콜라이 2세에게도 자신을 가질 수 없다며, 평생 내 생각에 다른 여자는 못 만날 것이라고 말한다.
그 말 때문이었을까. 결혼식을 준비 중이면서도 니콜라이 2세는 마틸다 생각이 떠나질 않고, 결국 그녀와 밀애를 즐긴다.
곧 황제가 될 몸인지라 그녀의 신분만 어떻게 격이 좀 맞으면 결혼 상대를 바꾸겠다 싶은데 마침 그녀가 자신이 폴란드에서 작위를 받은 귀족이라고 말한다.
이에 그는 사람을 시켜 그 말이 사실인지 알아보게 시키지만, 결국 결혼은 정혼녀인 알릭스와 하게 된다.
결국 마틸다도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은 니콜라이 2세이지만(실제로 그는 후에 한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끊임없이 자신에게 구애하던 안드레이 왕자(그리고리 도브리긴 분)와 결혼해 우리나이로 100세에 세상을 떠났다.
체코 출신의 배우이자 제작자인 미할리나 올샨스카가 마틸다 역을 맡았는데, 극중 발레리나 마틸다의 빼어난 미모라는 설정과 딱 맞아 떨어지는 캐스팅이다.
영화의 상당부분 발레 공연이 나오는 탓에 러시아 3대 발레단 중 한 곳인 페름 오페라 발레단의 수석 안무가인 알렉세이 미로슈니첸코는 물론 마린스키 극장의 아트 디렉터인 발레리 게르기에프가 합세해 영화 속 공연 장면의 질을 높였다는 후문.
여기에 17톤의 원단을 사용해 7천여 벌의 의상을 만들어 미술에도 상당한 공을 들여 눈과 귀를 호강케 한다.
다만 15세 관람가이지만 가끔 수위 높은 베드신이 등장하는 탓에 온 가족이 함께 보기엔 다소 민망할 수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