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저히 약자가 된 자매가 겪는 공포감
영화 <12피트>는 너비 50미터, 수심 3.7미터(약 12피트)의 수영장에 갇힌 자매가 겪는 공포감을 그린 작품이다.
추수감사절(Thanks Giving Day)을 앞두고 얼른 퇴근해 아내가 준비한 칠면조 내장찜이나 먹을 생각에 들 뜬 수영장 관리인 맥그리디(토빈 벨 분)는 평소보다 일찍 닫으니 얼른 나가라고 재촉한다.
이에 하나 둘 사람들이 수영장을 빠져 나가고, 조나(알렉산드라 파크 분)와 브리(노라 제인 눈 분) 자매는 동생 브리가 애인인 데이빗에게 선물 받은 약혼반지를 잃어버려 찾기 위해 잠수를 한다.
문제는 그 사이 입장객들의 퇴장을 점검하고 돌아온 관리인이 미처 수영장 물속에 있는 자매를 보지 못하고 수영장 덮개를 닫아 버린다. 참고로 이 수영장은 이번 연휴 기간 내내 폐장한다.
유리섬유로 된 덮개는 날카로운 도구로 찢어보려고 해도, 가장자리를 들어 올려 보려고 해도 도저히 끄떡도 안 한다.
이때 같이 저녁을 먹기로 한 데이빗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오고, 수영장 밖에서 울리는 전화벨 소리에 어쩌면 저녁 약속에 못 가면 데이빗이 신고라도 해주지 않을까 기대하지만 사실은 데이빗이 저녁에 다른 약속이 있다는 말을 위해 전화를 걸었던 것.
몇 시간이 지나도 아무도 오지 않고 수영장의 불마저 꺼져버린다. 설상가상 브리는 당뇨병이 있어서 인슐린 주사를 맞지 않으면 큰일이 날 상황에 처하기까지 한다.
자매는 예전에 아버지가 어떻게 죽었는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우울해 하던 중 누군가가 수영장에 들어오자 희망을 갖게된다.
하지만 모두가 퇴근한 밤 늦은 시각에 수영장에 들어온 건 다름아닌 가석방 중인 수영장 직원 클라라(다이앤 파 분).
그녀는 자매에게 휴대전화 메시지를 확인해 주겠다며 비밀번호를 묻더니 한참 이것저것 사진도 뒤지고 메시지도 확인하더니, 이번엔 통장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으면 끝이 안 좋을 것이라며 수영장의 불을 끄고 어디론가 사라진다.
수영장의 히터를 끄고 돌아온 클라라에게 자매는 비밀번호를 알려주면 꺼내주겠다고 약속하라며 끝내 비밀번호를 알려준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그녀는 돌아오지 않고 자매는 과연 클라라가 올지를 두고 말싸움을 한다.
배수구 뚜껑을 열어 물을 빼내서 에어포켓(air pocket)을 확보해 보려고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자 언니 조카는 자책한다. 이렇게 자매는 점점 더 죽음에 다가감을 느끼며 공포를 느낀다.
다시 돌아온 클라라는 잔고가 80달러 밖에 없다는 말을 왜 안 했느냐며 자매를 꺼내줄 수 없다며, 둘 다 죽게 내버려 둘지도 모른다고 협박하곤 또 어디론가 사라진다.
그녀는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청소 모드를 가동하고, 염소 소독제가 수영장에 가득 뿜어져 나오자 자매는 필사의 사투를 벌인다.
본 떼를 보여준 클라라는 브리에게 약혼반지까지 내 놓으라고 요구하고 결국 지갑과 핸드폰에 이어 반지까지 빼앗긴다.
영화는 폐쇄된 공간에서 산소부족과 저체온증 거기에 당뇨병까지 더해져 죽을지도 모르는 위협에 처한 자매가 철저한 약자의 입장이 돼 겪는 공포를 통해 두려움을 극대화 시킨다.
수 시간이 지나도록 나갈 희망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 처하자 조나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고 하는 모습을 통해 이들이 얼마나 두려워하는지를 잘 보여준다.
이렇게 죽음의 문턱까지 이르러 공포감이 극대화 되자 무조건 살아야겠다는 일념 하나로 조나는 배수구 뚜껑을 빼내서 수영장 덮개를 열고 나오지만, 자매 앞에 총을 든 클라라가 나타난다.
당이 떨어져 쇼크 상태에 빠진 동생과 총을 든 여자 등 공포감을 높이는 요소는 영화가 끝날 때까지 이어진다.
귀신도, 총싸움도, 화려한 무술도 등장하지 않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심장을 쫄깃하게 만드는 영화 <12피트>는 오는 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