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가족의 형태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
아빠가 마약을 해서 구속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된 10살 소년 앤젤(잭 고어 분)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할아버지 에라스무스(스티븐 쿠건 분)를 찾아간다.
할아버지 역시 젊었을 때 ‘시험 삼아’ 여자와 잠자리를 해서 아들 보우(제이크 맥더맨 분)를 낳았을 뿐 지금껏 왕래도 없었는데, 느닷없이 손자라니 얼떨떨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남자친구 폴(폴 러드 분)과 10년째 동거 중인 게이이기 때문이다.
나름대로 TV 쇼 진행도 하고, 책도 쓰는 잘 나가는 요리사인 자신 앞에 나타난 꼬마아이가 성가시기만 하다.
엄마도 아빠도 없다니 얼른 아동보호국에서 나와서 시설로 데려갔으면 하지만, 어쨌든 당장은 아이가 오갈 곳이 없으니 맡기로 한다.
이름을 물어도 말하질 않으니 학교에 보내려고 해도 힘들고, 교도소에 있는 아들을 면회 가서야 아이가 갖고 있는 성경책을 보라는 말을 듣고 집에 와 성경책을 보고서 그때서야 아이 이름이 앤젤인 것을 안다.
하지만 아이는 그 이름이 너무나 싫다며 그냥 ‘빌’이라고 부르라고 한다.
나름 할아버지가 잘 나가는 유명 요리사인데 먹고 싶은 걸 물으면 맨날 타코벨에나 가자고 하니 참 난감하다.
그러던 어느 날, 드디어 아동복지국 공무원이 가정을 방문해 아이의 거주 환경을 조사한다.
그동안 다녀본 집중에서 가장 좋은 곳인 줄 알았더니, 아뿔싸 책장에는 이름도 야시시한 포르노 테이프가 수두룩하고 냉장고엔 순전히 타코만 가득하다.
이에 그녀는 다시 방문하겠다고 말한 후 1차 조사를 마친다.
공무원이 다녀간 후 어느 날, ‘약 병’이 사라져서 찾다보니 빌이 중학생 형한테 팔았다고 말한다.
그 어린 아이가 마약을 복용하지 않은 것은 참 다행이지만, 대체 왜 그걸 팔았는지 궁금해 추궁하니 언젠가 자신이 이곳을 떠나 시설로 보내지면 비상금이 필요해서라고 말하는 걸 들으니 짠해져서 주당 100달러의 용돈을 주겠다고 빌과 약속한다.
그러나 느닷없이 빌의 아빠가 어느 목사의 도움으로 가석방 될 것 같다며, 가석방 되면 애리조나에 있는 그 교회에서 운영하는 학교로 아이를 전학시키겠다고 말한다.
기껏 산타페에서 잘 적응 중인 아이를 또 다시 금방 이사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 폴과 에라스무스는 걱정이 앞선다.
결국 가석방 된 빌의 아버지가 아이를 데리고 떠나지만 음주운전으로 사고를 낸 탓에 빌은 다시 할아버지 품으로 돌아온다.
이 영화는 동성애와 마약 등 사회의 어두운 면을 여과 없이 보여줌으로써 이런 문제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하는 영화다.
특히 마약중독자 아버지와 동성애자인 할아버지(물론 마약도 가끔한다) 중 누가 아이를 더 잘 키울 것인지를 결정하기란 쉬운 문제가 아니다.
다만, <트립 투 이탈리아>와 ‘박물관이 살아있다’ 시리즈 등에 출연한 영국 최고의 코미디언 스티브 쿠건이 철부지 할아버지 역을 맡아 영화의 분위기가 무겁지 않게 잘 받쳐준다.
극중 어느 누구도 제대로 된 가정을 가져본 적이 없기에, 이들이 만들어 가는 가정의 모습을 통해 가정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또 마지막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동성 부모들이 자녀와 찍은 사진을 여러 컷 보여주는데, 단순히 동성혼에 대해 결론 내리기 보다는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사회에 다양한 가족의 형태가 존재한다는 것을 인정하라는 메시지로 읽혀진다.
참고로 이 영화의 원제는 이상적인 가정(Ideal Home)이다.
영화 <미스터 앤 미스터 대디>는 오는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