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 임하는 이들의 심리묘사에 치중
영국의 극작가인 케드릭 세리프는 제1차 세계대전에 참여했던 자신의 경험을 살려 1928년 희곡 <저스트 엔드>를 써 1930년까지 22개국어로 번역돼 56개 극단이 공연을 하는 등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다. 또 2007년에는 토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영화 <저스트 엔드>가 28일 개봉을 앞두고 21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했다.
이 영화는 1918년 프랑스의 어느 참호에서의 4일 동안의 기록을 담고 있는 전쟁영화다.
사실 말이 전쟁영화지 흔히 전쟁영화라고 하면 떠오르는 블록버스터급의 어마어마한 폭격 장면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1시간 50여분 동안 전쟁 장면이 나오는 시간은 대략 10분 안팎이나 될까? 그것도 엄밀히 따지면 프랑스 참호 쪽이 공격받는 장면만 나올 뿐 독일군과의 피 튀기는 혈투 따위는 기대하기 힘들다.
장르는 전쟁영화이지만, 전쟁에 참여하는 군인들의 심리 변화에 초점을 둔 영화다.
한 시간 가까이 너무나 평온한, 그래서 더욱 더 불안한 참호를 보여주는데 이를 통해 전쟁의 한 가운데 선 세 남자의 불안과 공포, 인간애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죽음의 공포 앞에 드러나는 인간의 나약함과 본능을 마주하는 강렬한 전쟁영화라 할 수 있다.
제작자인 기 드 보주는 보도자료를 통해 “우리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전쟁영화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며 “이 영화의 대부분은 전쟁통의 혼란과 두려움에 관한 것이고, 이것은 대부분의 전쟁영화와 완전히 다른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물론 어떤 면에서는 그렇기 때문에 이 영화가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메가폰을 잡은 사울 딥 감독은 전쟁의 어떤 모습도 미화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촬영 날 폭우가 와 진흙이 많으면 많은 대로, 지하 대피호에서는 촛불 하나에 의지해서 있는 그대로를 담아냈다.
실제 전쟁터에 나간 사람들도 그랬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적과 50미터 밖에 떨어지지 않은 최전방에 배치된 병사들의 심리를 그린 영화 <제니스 엔드>는 로튼토마토 지수 93%를 기록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