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자 이용해 전쟁 일삼는 미국
PMC라는 다국적 테러기업이 CIA와 공조해 북한의 ‘킹’을 잡으면서 오히려 덫에 빠져 고군분투 하는 내용의 영화 <PMC: 더 벙커> 기자시사회가 지난 19일 용산 CGV에서 열렸다.
분명 한국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대사의 대부분이 영어인 탓에 자막이 필수인 이 영화는 <더 테러 라이브>의 김병우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당시 주연을 맡은 하정우가 이번에도 주연을 맡았다.
그래서인지 몰라도 어딘지 모르게 감독의 전작인 <더 테러 라이브>와 닮았다.
1인칭 시점의 총싸움이 대부분인 영화인데, ‘캡틴’인 하정우가 다리를 다쳐서 컨트롤 타워에서 ‘입’으로 싸운다는 점이다.
<더 테러 라이브>에서도 폭발로 무너져 내리는 건물 안에서 모든 걸 ‘입’으로 해결하던 그의 모습이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이에 대해 하정우는 컨트롤 타워에서 ‘킹’을 살리고, 나중에 낙하산을 타고 탈출하는데 중점을 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전작에서 테러 현장을 중계하던 이지수 기자와 이혼한 사이였는데, 이번에도 역시 부인 이름이 ‘이지수’여서 이는 의도적으로라도 감독이 전작인 <더 테러 라이브>와 이 작품을 연결선상에 놓고 만들었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김병우 감독은 이 같은 지적에 “(전작과 설정을) 유지하고 싶었다”고 답했다.
또 하정우는 영어로, 이선균은 북한말로 대사를 해서 이 부분이 힘들지 않았는지 묻는 질문에 하정우는 “<아가씨>에서 일본으로 연기한 적이 있다”며 “(이번에는 영어 연기를 위해) 다이얼로그 코치가 (발음을) 지적할 때마다 너무 힘들었다. 또 외국에 1개월 동안 나가서 언어 훈련을 하는 등 애썼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선균은 북한 사투리가 쉽지 않았다며 어떻게 볼까 지금도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사실 이 영화는 남북 관계나 한반도 정세 등 다양한 정치적 이해가 없으며 약간은 내용 파악이 어려울 수 있는 영화이긴 하다.
그러나 그 보다 더 쉽게 이해되는 부분은 바로 용병들이 미국 불법체류자라는 약자의 입장에 처한 탓에 유혹도 쉽게 받는다는 부분이다.
미국 CIA는 불법체류자로 구성된 ‘전문 테러기업’에 성공할 경우 시민권을 주겠다며 이들에게 북한의 ‘킹’을 제거하라고 꼬시지만, 사실은 실패할 경우 미국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과 함께 일하는 것이다.
미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사회적 약자인 불법체류자를 이용해 위험한 일을 시킨다는 설정은 사실 지금의 트럼프 대통령의 성향으로 봤을 때 충분히 있을 법한 일이다.
심지어 망명을 원하는 북한의 고위 관료와 짜고 마치 북한이 선제공격한 것처럼 꾸미고, 거기에 이들 불법체류자 용병들을 끌어들여 이들의 목숨을 위험하게 만드는 것은 사실 세계 곳곳에서 미국이 자국 소재 방산업체를 먹여 살리기 위해 전쟁을 일삼는 것과 일맥상통 해 씁쓸한 대목이다.
하정우가 아무리 천만 배우라는 타이틀을 3번이나 거머쥔 배우이지만, 과연 단순한 액션 영화가 아닌 복잡한 정치적 셈법에 더해 1인칭 시점의 촬영 때문에 다소 어지러운 화면, 그리고 긴장감을 고조시키기 위해 현장 효과음이 과해 이선균의 대사가 잘 전달되지 않는 악조건을 딛고 과연 흥행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영화 <PMC: 더 벙커>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