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재는 좋았으나, 화려함은 아쉬워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발생한 뺑소니 사고는 총 7,880건으로 이로 인해 150명이 죽고, 1만1,429명이 다친 것으로 조사됐다.
또 뺑소니 검거율은 97%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화 <뺑반>은 뺑소니 전담반을 소재로 한 국내 첫 영화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조정석이 악역을 맡아 화제가 되고 있다.
24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뺑반>에서 그는 JC모터스 정재철 의장을 맡아 F1 레이서 출신의 스피드광 사업가로 변신했다.
F1 레이서 출신이라는 설정 탓에 조정석은 실제로 자동차 추격(car chasing) 장면의 95% 이상을 직접 연기했다고 한다.
이는 이미 관객들이 외국 영화의 자동차 추격 장면에 익숙해진 탓에, (규모를 따라가지 못할 바에는) 배우들이 직접 연기하는 것이 좋겠다고 감독이 주문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함께 출연한 류준열(서민재 순경 역)의 설명.
솔직히 이 영화를 본 기자의 개인적 감상을 이야기 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보기 드물게 자동차 추격 장면이 긴 분량을 차지하는데다 외화처럼 이른바 ‘슈퍼 카’가 등장하는 것까지는 높게 사지만, 할리우드 영화에서처럼 차량이 공중회전을 하거나 수 십대의 차량이 뻥뻥 폭발하는 등의 화려한 액션이 없어 아쉬웠다.
아마도 감독도 이 부분을 놓치지 않았기에, 그렇다면 차라리 대역 없이 배우들이 직접 위험을 무릅쓰고 운전을 하는 것으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 영화 속 정재철은 자신만큼이나 좋은 슈퍼 카를 탄 젊은 남성에게 “엄마 차냐?”고 묻더니 갑자기 차에서 내려 골프채로 자신의 차를 부수면서 대뜸 너도 네 차면 이렇게 해 보라고 말하는 등 이해 못할 행동을 일삼는다.
이에 대해 조정석은 정재철은 악역이지만 ‘위험한 놈’ 보다는 ‘이상한 놈’이라고 캐릭터를 이해하고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 영화에는 다른 한국영화와 달리 유독 여성들이 그것도 중요한 역할로 많이 나온다.
우선, 공효진은 정재철을 잡기 위해 본청에 꾸려진 특별수사본부에서 일하던 내사과 은시연 경위 역을 맡았다.
은 경위는 정 의장의 심복이 조사 도중 자살을 기도하는 바람에 일선서 뺑소니전담반으로 좌천된 인물.
또 은 경위의 직속상관인 내사과 윤지연 과장 역은 최근 인기리에 방송 중인 드라마 <SKY 캐슬>에 출연 중인 염정아가 맡았다.
여기에 염 경위가 좌천돼 배정받은 일선 경찰서 교통계 우선영 계장은 배우 이선균의 아내인 전혜진이 맡았는데, 평소에는 지출결의서 작성을 위해 영수증이나 풀칠하는 만삭의 경찰이지만 마지막에 뚝심을 가지고 외압에 굴하지 않고 모든 경찰병력을 출동시켜 정재철을 잡는 당찬 여성의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이런 모습이 그동안 다른 드라마나 영화 속 경찰의 모습과 달라 출연을 결심했다고 전혜진은 말했다.
또 이렇게 이 영화에 여성 캐릭터들이 주요 역할을 많이 맡은 이유에 대해 감독은 처음부터 어떤 의식을 갖고 성비를 맞춘 것은 아니고, 극의 재미를 위해 이 역할은 어떤 성별이 맡아야 더 재미있을까 생각하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설명했다.
영화 <차이나타운>으로 데뷔한 한준희 감독은 이번에도 또 배경이 인천인 이유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공도'(일반도로에서 벌이는 불법 레이스) 설정에 청라신도시 등이 적합하다고 생각해 인천에서 찍은 것뿐이지 별다른 의도는 없다고 말했다.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하나같이 티켓 파워가 검증된 이들이다. 먼저 류준열은 ‘응팔’ 열풍을 일으킨 <응답하라 1988>은 물론 천만 관객을 기록한 영화 <택시운전사>에 출연했고, ‘공블리’로 불리며 많은 팬을 보유한 공효진은 물론 ‘납뜩이’로 우리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조정석과 최근 드라마 <도깨비>의 최고 시청률을 깬 드라마 <SKY 캐슬>에 출연 중인 염정아까지 하나같이 스타성이 확인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다.
그래서일까. 최근 <SKY 캐슬>의 인기를 감안해 염정아의 분량을 조금 더 늘려 다시 편집할 의향이 없느냐는 질문에 한 감독은 “시나리오에서 (캐릭터들 간의) 밸런스를 맞췄다”며 재편집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이 영화에 자동차 추격 장면이 상당부분 나옴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영화 속 그것과 비교해 다소 아쉬움이 남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더해 드디어 정재철 의장이 잡혔으니 이야기가 끝났나 하더니 갑자기 구속되지 않고 건재함을 과시하더니, 마지막에 윤 과장이 헬기까지 동원해 같은 경찰을 공격하는 장면 등은 오히려 재미를 반감시킨다.
차라리 20~30분 정도 분량을 줄여서 반전이나 복선 같은 것은 빼고, 자동차 추격 장면의 비중을 상대적으로 더 높였으면 관객들이 별로 골치 아프지 않으면서도 액션에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괴물을 잡기 위해 괴물이 되지 말라”는 말이 인상적인 영화 <뺑반>은 오는 3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