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 없이도 이해되는 작품
처음에 애니메이션이라고 해서 자막버전인지, 더빙버전인지 궁금했었다. 하지만 이 영화를 막상 보고나니 그런 궁금증을 가질 필요조차 없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게 되었다.
홍보대행사로부터 제공받은 보도자료에는 캐릭터 이름도 적혀있고, 네이버 영화 정보에 이 작품에 출연한 배우도 공개되어 있지만 사실상 이러한 것들은 의미가 없다.
사실 대사가 한 마디도 안 나오진 않으나 그다지 유의미한 대사도 아니고, 전부 10문장이나 될까 싶을 정도로 적다 보니 번역 자막조차 없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실사 영화에 CG가 덧입혀진 작품이라고 설명하는 편이 더 이해가 빠를 듯하다.
바로 애니메이션 <슈퍼미니2>에 대한 이야기다.
프랑스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한 이 작품은 ‘절대설탕’을 둘러싼 개미들의 암투와 이 과정에서 택배 박스에 들어가 긴 여정을 떠나게 된 무당벌레를 구하기 위해 아빠 무당벌레와 거미, 흑개미가 팀을 꾸려 구조활동을 벌이는 내용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곤충들은 사람이 아닌 곤충이기 때문에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윙 소리나 삑삑 소리가 전부이지만 왠지 모르게 곤충의 ‘말’을 다 이해할 수 있을 듯하다.
심지어 무당벌레가 자기 아빠에게 ‘파파'(아빠)라고 부르는 것만 같이 들릴 정도다. 갑자기 내가 동물 커뮤니케이터(자칭 동물과 대화한다고 주장하는 사람)가 된 듯하다.
그런 까닭에 이 작품에는 더빙도, 자막도 필요 없다.
분명 서두에 대사가 한 10마디는 나온다고 했던 이유는 동물들의 말이 아닌 ‘인간들’의 말이 나오기 때문이다.
식재료 택배 박스를 받은 주방 직원들이 나누는 대사(심지어 프랑스어와 중국어이다)가 몇 마디 나오는데, 솔직히 정확한 의미는 모르더라도 대충 짐작컨대 “재료 왔어?” “뜯어봐” 뭐 그 정도의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수준이라 자막이 필요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이 작품이 프랑스 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에서 흥행할 수 있는 요소라고 생각된다.
별도로 돈을 들여서 자국어로 번역하거나 더빙 하지 않아도, 그렇다고 대사 한 마디 없는 재미없는 무언극(無言劇)도 아니니 말이다.
여기에 더해 전체관람가 등급이라고는 하지만, 곤충의 지극한 가족 사랑을 통해 인간인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작품이라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다.
뿐만 아니라, 눈앞의 이익을 위해 환경파괴를 일삼는 인간의 탐욕을 비판한다.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점은 실제 크기의 세트와 실제 주민 등이 등장한다는 점인데, 이 때문에 세트 콘셉트 작업에만 6개월이 걸릴 정도로 긴 제작기간(총 5년)이 걸렸을 뿐 아니라 마지막에 등장하는 베이징 장면은 실제 베이징 현지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이처럼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애니메이션 <슈퍼미니2>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