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예상한 만큼의 영화
동명의 원작 소설을 기반으로 한 영화 <돈> 기자시사회가 6일 오후 2시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물론 원작의 ‘열린 결말’과 달리 영화에서는 권선징악(勸善懲惡) 코드가 담겼다는 점이 다르지만 이 영화를 위해 감독이 직접 아침 7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여의도 증권가 근처에서 하루 종일 증권가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시나리오를 썼을 정도로 공을 들였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주식 매수, 매도 주문을 인터넷이나 앱으로 할 수도 있지만 증권사에 전화를 걸어 직원을 통해서도 주문할 수 있는데 이때 전화로 고객 대신 주문을 넣는 직원을 브로커라고 한다.
이러한 브로커 중 실적이 제로(0)인 신참 직원 조일현(류준열 분)에게 어느 날 선배(김민재 분)가 주가 조작으로 돈벌이를 하는 이른바 ‘작전 세력’인 ‘번호표'(유지태 분)를 소개해 줘 둘이 손잡고 주가 조작으로 거액을 벌어들이는 내용이다.
돈이 얼마나 들든지, 지금 주가가 떨어지고 있든, 오르고 있든 신경 쓰지 않고 시키는 대로 주문만 넣었을 뿐인데 몇 억 원이나 되는 돈이 한 번에 훅 들어오기 시작하자 점점 더 ‘달콤한 유혹’에 빠진다.
더욱이 지방대 출신에, 부모님은 소농(小農)인 탓에 성공의 열쇠라 할 수 있는 학연도, 빽도 없는 그에겐 평생 벌어도 못 모을 돈이 통장에 입금되자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물론 사람이 사는데 있어서 돈이 인생의 유일한 목표가 되어선 안 되겠지만, 사회초년생에게 수 십 억 원의 돈은 당연히 혹 할 수밖에 없는 금액인 것인 사실이다.
더욱이 시골에서 혼자 복분자 농사를 짓는 그의 아버지는 당장 수 천 만원이 드는 수술을 해야 하는 처지라 돈이 더더욱 절실한 상황이다.
만약 그의 아버지에게 어느 정도의 기본소득이 보장되었다면, 그리고 사회 초년생인 일현이 떳떳하지 않은 방법이 아닌 정상적인 방법으로 아버지의 수술비를 마련할 수 있는 제도적 뒷받침이 되었다면 그래도 그는 ‘번호표’의 유혹에 흔들렸을까?
영화를 연출한 박누리 감독은 그동안 <베를린>과 <부당거래>의 조감독 출신인데, 그래서일까 이번 영화가 첫 연출작임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뻔한 영화를 만들었다는 점이 아쉽긴 하다.
줄거리를 듣고 관객이 충분히 예측 가능한 시나리오를 선보인 점은 여의도 증권가 앞에서 종일 ‘뻗치기’ 하면서 시나리오를 쓴 노력도, 여의도 증권가를 재현하기 위해 무교동에 600평이나 되는 사무실을 임대해 세트를 만든 노력도 조금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아주 신선하지도, 그렇다고 아주 재미없지도 않은 영화라고 하면 딱 어울릴 듯 하다.
영화 <돈>은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