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뒤에 봄은 반드시 온다
다큐멘터리 영화 <봄은 온다>는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과 쓰나미 피해를 당한 이들에 대한 기록으로, 재일교포 3세인 윤미아 감독이 2016년 여름부터 2017년 봄까지 촬영했다.
집과 세 아이를 잃은 엔도 신이치 씨는 없어진 집 터 위에 피난소를 지어 운영 중이다.
또 후쿠시마 원전 근처에서 평생 농사를 지어 온 아키모토 요시타카 씨는 마을 사람들이 다 떠났어도 계속 그곳을 지키며 살고 있다.
재해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오쿠다 에리카 씨는 결국 남편을 잃고 싱글맘이 됐다.
칸요 호텔은 재해 당시 6개월간 이재민들에게 숙소를 제공했을 뿐 아니라, ‘그날’이 잊히지 않도록 매일 ‘이야기 버스’를 운행 중이다.
가마이시에서 50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가시와자키 히사오 씨는 모든 걸 잃고 2달반 만에 겨우 가게를 찾아냈지만, 방파제를 세울 때까지 영업하면 안 된다는 시와 3일 밤낮을 싸웠다. 마을에 불빛이 다시 빛나야 한다는 일념 하나로.
또, 가게도 물건도 다 잃었지만 물건 값이며 건물 대출금을 갚느라 바쁜 주류판매점 주인도, 전에는 훨씬 큰 꽃가게를 운영했던 사장도, 임시 가건물에서 다시 미용실을 시작한 이도 모두 희망을 잃지 않고 다시 힘을 낸다.
주민들도 다시 지역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노력한다.
원어민 교사로 일하던 미국인 테일러 앤더슨 씨는 집으로 돌아가던 중 쓰나미로 희생됐다. 이에 평소 독서를 중요시 하던 그녀의 뜻을 기려 테일러의 부모는 매년 ‘테일러 문고’라는 이름의 책장을 학교에 기증해 오고 있다.
책장은 테일러에게 영어를 배웠던 자녀 세 명을 잃은 신이치 씨가 직접 만들고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각자의 아픔을 이겨나가고 있다.
물론 쓰나미가 나쁜 결과만 초래한 것은 아니다. 오염이 심했던 도쿠라 굴 양식장을 50년 전처럼 깨끗하게 만들어줬다.
이 일로 어부들은 다시 자연을 오염시키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이들에게 던지는 감독의 한마디는 이 영화의 원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겨울이 지나면 봄이 온다(一陽來復).”
희망에 대해 이야기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봄은 온다>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