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방임의 끝판왕
돌싱인 마를렌(마리옹 꼬띠아르 분)은 재혼을 한다. 비가 와서 망칠 줄 알았던 결혼식은 별 무리 없이 끝난다.
기분이 좋았는지 거나하게 취한 신부 마를렌은 피로연에서 이번이 5번째 결혼이라며 신랑 장(스테팡 리듀 분)에게 바치는 노래라며 자기 친구와 6개월 전부터 바람피운 게 사실이냐며, 봐줄 때 얼른 도망가라는 내용의 가사를 읊어 댄다.
물론 가사만 보면 완전 분위기가 냉랭해 질 수 있는 노래지만, 다행히 그녀가 만취했고 노래가 흥겨워 별 탈 없이 넘어간다.
하지만 노래 가사와 달리 정작 피로연장에서 사라진 신부 마를렌은 외간 남자와 주방에서 정사(情事)를 나누다 새신랑 장과 자신의 딸 엘리(엘리인 악소아 에태익스 분)에게 들키고 만다.
이 일로 다시 엘리와 단 둘이 남게 된 마를렌은 아동담당 경찰이 가정을 방문하자 식겁했는지 정신을 차리고 그토록 좋아하던 술도 전부 버리고, 장에게 전화해 자신이 달라졌다며 어필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마음이 너무 아파 죽을 듯이 아픈 그녀에게 활력을 되찾아 주기 위해 친구는 그녀를 파티에 데리고 가고, 그곳에서 그녀는 다시 예전처럼 쾌락에 젖는다.
집에 혼자 두고 올 수 없어서 데리고 온 (이제 막 초등학교 3학년이 된) 자신의 딸을 혼자 택시에 태워서 집에 보낸 후, 그녀는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뜨거운 밤’을 보내기 위해 어디론가 떠난다.
그리고 다음 날이 돼도 마를렌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렇게 계속 집에 혼자 있게 된 엘리는 예전에 엄마가 딱 한 모금 마시게 해 줬던 술맛에 빠져 혼자서 홀짝홀짝 술을 들이켜고, 학교에 갈 때는 엄마가 예전에 파티에 데려갈 때 해 줬던 것처럼 요란하게 화장을 하고 간다.
이로 인해 엘리는 친구들에게 술 냄새나 풍기며 미쳤다느니, 학교에 올 때 누가 화장을 하냐며 창녀 같다는 말을 듣게 되고 마음에 비수가 꽂힌 그녀는 점점 더 술에 의존하면서 망가진다.
그렇게 얼마가 지났을까? 엘리의 엄마가 다시 집에 돌아왔지만, 정작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고 방치한다.
거리를 배회하다 자신을 놀리는 무리로부터 구해 준 어느 남성을 따라 간 엘리는 그와 함께 있으면서 모처럼 제대로 된 아동으로서의 보호를 받게 된다.
그의 보호 아래 있는 게 너무 좋아서였을까? 엘리는 자신의 절친에게 자기 엄마가 죽었는데 이 사실이 알려지면 자신이 버려질지 모르니 절대 비밀을 지키라고 거짓말을 하고, 이 거짓소문은 삽시간에 친구들 사이에 쫙 퍼진다.
이 일로 인해 나중에 집에 돌아 온 마를렌이 엘리를 찾으러 엘리의 친구 집을 방문하자 “엘리 엄마는 죽었다”며 귀신 취급하자 충격을 받는다.
엄마 보다 자신을 더 잘 보호해 주는 아저씨와 계속 살고 싶지만, 집으로 돌아가라는 아저씨의 말에 엘리는 또 다시 방임되는 것이 두려워 혼자 집에 가는 길에 불량 청소년들이 마시던 술을 빼앗아 마신 후 골아 떨어진다.
이 영화는 결손가정(缺損家庭) 아동의 방임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어쩌면 엘리의 거짓말처럼 차라리 엄마가 죽는 것이 더 엘리에게 나은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아동담당 경찰이 가정 방문을 하자 행여 엄마와 분리될까 싶어 두려워 엄마가 자신에게 잘 해준다고 거짓말 하는 모습은 스톡홀름 증후군으로 이해하는 편이 나을 듯하다.
이 영화는 실제 저런 엄마가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하면서, 한편으로 왜 방임이 곧 학대인지를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내용이 다소 선정적이지만 국내에서 15세 이상 관람가능 등급을 받은 <엔젤페이스>는 오는 1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