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스케일과 CG에도 불편한 이유는?
스토리보드 8천장, 투입된 스태프 7천 명, 자체 제작한 소품 1만개. 적어도 이 정도는 돼야 ‘대륙의 스케일’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여기에 20~30Kg에 달하는 의상과 헬멧을 쓰고 연기하느라 체력은 필수고, 헬멧을 벗으면 산소 호흡기를 통해 부족한 산소 보충을 해야 할 정도로 ‘목숨을 건 촬영’을 촬영해야 했다.
바로 중국에서 만든 SF 영화 <유랑지구>에 관한 이야기다.
가까운 미래, 태양계 소멸 위기를 맞은 지구는 영하 70도의 이상 기후와 함께 목성과의 충돌이라는 대재앙에 직면한다.
이에 세계연합정부는 지구를 태양계 밖으로 이동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운다.
이 과정에 ‘지구 엔진’, ‘유랑지구’라는 개념이 등장하고, 과학적인 이야기가 이것저것 등장한다.
영화의 스케일이나 상황은 여느 할리우드 영화를 연상시킬 정도다.
차이점이 있다면 그동안 이런 류의 할리우드 영화에서는 미국인이 지구를 구한다는 것이 결론이었는데, 이번엔 중국인이 지구를 구한다는 점이다.
더욱이 연합정부법에 따라 강제 동원된 특수차량 운전사인 할아버지와 동승했던 어린 여중생(조금맥 분)이 연합정부 소속 전 대원들을 설득해 지구를 구해낸다.
아무리 긴급상황이라고 해도 법에 의해 사유재산과 민간인을 군에 편입시킨다는 설정이나(심지어 동승자인 미성년자까지 강제 동원된다), 곧 닥칠 지구 멸망에 앞서 가족들과 마지막이라도 보내려고 철수하는 대원들에게 전체(全體)를 위해 모두가 마지막까지 힘써서 이 위기를 극복하자고 설득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개인 보다는 국가를 우선시 하는 국가주의 국가관이 녹아있는 것 같아 씁쓸하다.
물론 결과적으로는 성공적인 작전 수행으로 끝났으나, 어린 여학생 한 명 때문에 각국에서 모인 수많은 대원들이 마지막 순간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하지 못할 뻔 했다는 점은 개인의 행복 추구권을 빼앗았다는 점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를 제작한 나라는 중국인데, 인간 개개인의 의사와 자유를 보장하는 것보다 사회 전체의 이익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회주의를 채택한 나라라는 점을 상기해 보면 왜 이런 결말을 그렸는지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거대한 스케일이나 화려한 CG, 상황 설정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가 불편하게 느껴진다.
영화 <유랑지구>는 오는 1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