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 아닌 ‘순수성의 상실’에 초점 둔 영화
올해로 20살을 맞은 전주국제영화제(JIFF)가 개막작으로 선택한 작품은 다름 아닌 ’10대 갱’을 그린 이탈리아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다.
이 작품은 마피아에 초점을 뒀다기 보다 순수성을 상실한 10대에 초점을 뒀다는 것이 연출을 맡은 클라우디오 조반네시 감독의 설명.
이러한 이유로 올해 성년이 된 전주국제영화제 순수성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 차원에서 이 작품을 개막작으로 선정했다는 것이 이충직 집행위원장의 변이다.
2일 개막식에 앞서 미리 기자들에게 공개된 이 작품의 내용을 간략히 요약하면 이렇다.
나폴리에 사는 15살 소년 니콜라와 그 무리들은 온갖 나쁜 짓을 하며 하루하루를 즐긴다. 단순히 그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술, 담배 수준을 넘어 강도행각과 마약에까지 손을 댄다.
존경하는(?) 갱 밑에서 일을 차근차근 배우며 돈 맛을 보게 되니 마약 말고 총까지 있으면 더욱 더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다 싶다.
그래서 그들은 다시 가택연금 상태인 갱을 찾아가 자신들에게 총을 공급해 달라고 한다.
그렇게 자금줄인 마약과 힘의 상징인 총을 갖게 되니, 가뜩이나 혈기왕성한 10대가 눈에 뵈는 게 없어진다.
그들은 돈과 총을 무기 삼아 자신들이 사는 구역을 접수한다. 그런 형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보다 더 어린 동생들도 충분히 자신들도 따라할 수 있겠다 싶어 형들을 모방하고, 결국 그 지역은 난장판으로 변한다.
이들은 이미 10대의 순수성을 상실해 버린 상태다. 감독의 말처럼 처음 이들은 단지 게임 하듯이 시작했지만, 점점 사태가 커져서 결국은 전쟁으로 변해간다.
이에 대해 감독은 학교가 없고, 아버지가 없으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영화는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데, 소설은 실제 일어났던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영화 속에서 10대들이 도시를 접수하고, 조직을 관리해 나가는 방식 등은 사실을 기반으로 했으나 지명이나 극중 이름 등은 픽션이라고 한다.
실화에 기반한 영화이다 보니 전문 배우 보다 일반인이 연기하는 게 더 몰입될 것 같아서 비전문배우 8명을 캐스팅하기 위해 총 4천명의 오디션을 진행했다.
영화 속에 경찰은 갱의 조카 결혼식 때 1번 밖에 등장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거리에서 총질을 해대도 경찰은 나타나지 않는다.
과연 이게 현실적인 것일지 의문이 들어 감독에게 물으니, 이태리에서는 경찰이 몇 달 후에야 움직이기 일쑤인데 이 영화는 불과 3개월의 일을 그린 작품이기에 아마도 후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그때서야 경찰이 등장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해 기자회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영화의 결말은 표면적으로는 ‘열린 결말’로 보인다. 그러나 감독은 이에 대해 마피아 영화가 아니라 10대의 순수성을 상실하는 영화이기에 관객들이 궁금해 하는 그 뒷이야기는 필요치 않다며, ‘열린 결말’이 아니라고 말했다.
영화 <나폴리: 작은 갱들의 도시>는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이 열리는 2일에 이어 4일과 7일에도 관객과 만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