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복지서비스는 완벽한가?
이번 제20회 전주국제영화제(JIFF)를 통해 아시아에서 첫 선을 보인 영화 <도주하는 아이>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아홉 살 소녀 베니의 모습을 그린 작품이다.
나이답게 참 귀엽고 사랑스럽다가도 갑자기 한 번 수가 뒤틀리면 세상 가장 난폭한 소녀로 변하는 모습이 우리나라 어느 항공사 오너일가의 모녀를 보는 것 같다.
그런 까닭에 그녀는 자신의 가족과도 같이 못 살고 그룹홈을 전전한다. 당연히 그런 그녀를 잘 받아줄 수 있는 그룹홈도 없다.
한 번 열 받으면 진짜로 죽일 듯이 덤비는데 무서워서라도 그녀와 같이 살 수가 없다.
게다가 무심코 얼굴이라도 만지면 어릴 적 트라우마로 인해 진짜로 지랄발광을 한다. 하다못해 얼굴에 상처가 나도 치료조차 해 줄 수 없다.
그러니 25번이나 그룹홈을 옮긴 것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그렇다고 워낙 어려서 부모 동의 없이 정신병원 폐쇄병동에 가둘 수도 없다.
첫 장면에서 온 몸에 멍이 든 베니의 모습을 보면서 관객들은 아동학대라도 당했나 싶어 걱정하다가도 영화가 전개될수록 멍이 어떻게 생긴 건지 알게 되면서 그런 걱정은 사라진다.
그런 그녀를 치료해 보겠다며 경호원이 한 발 한 발 다가가 본다. 점차 마음 문을 여는 베니는 너무 그에게 의존한 나머지 자신을 입양해 아버지가 되어 달라고 요구한다.
이미 처자식이 있어서 그럴 수 없다고 거절하자, 그러면 그 처자식을 죽이면 자기를 받아줄 거냐고 묻는 베니의 말이 너무나 섬뜩해 그는 베니와 거리를 두기 시작한다.
영화는 복지서비스로도 제대로 케어 할 수 없는 소녀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베니 역시 자신을 시설에 가두려는 어른들로부터 도주하기를 여러 번.
이 영화는 복지서비스가 어떻게 더 현실적으로 변해야 할지 고민해 보게 한다.
영화 <도주하는 아이>는 오는 8일과 10일에도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만날 수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