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맨인 듯, 슈퍼맨 아닌
몇 해 전 일본에서 다시 유행한 장르 중에 ‘로망 포르노’라는 장르가 있다. 로망 포르노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주제에 상관없이 10분 이내마다 성교 장면이 나오기만 하면 된다.
물론 그런 장르는 없지만 만약에 ‘로망 호러’라는 장르가 있다면 아마도 <더 보이>가 그 대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
영화의 내용은 간단하다. 외계 행성에서 온 소년이 성장 과정에서 자신의 내면에 내재된 강력한 힘을 깨닫고 이를 이용해 악행을 저지른다는 것이다.
영화 속 소년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나쁜 히어로 소년’ 정도일 것이다.
그런 그가 영화에서 선보이는 악행은 관객들을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그것도 아주 주기적으로 말이다.
눈 깜짝할 사이에 살인을 저지르기도 하고, 갑자기 툭 누군가의 앞에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귀신도 아닌데, 그리고 가끔 잔인한 장면도 있으나 대체로 여느 히어로 영화의 그것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갑자기’ 일어나는 일과 그리고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 등이 어우러져 영화를 보는 내내 두려움을 느끼게 한다.
영화 포스터에 적힌 ‘인류의 재앙이 된 소년. 두려워하라’는 카피가 참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 속 소년은 슈퍼맨과 닮은 점이 있다. 일단 다른 행성에서 왔다는 점. 그리고 그가 처음 지구에 발을 내디딘 곳이 미국 켄자스 주라는 점. 그리고 누군가의 손에 의해 키워졌다는 점 등이 닮았다.
하지만, 다른 점은 슈퍼맨과 달리 <더 보이> 속 소년은 성장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깨닫고 이를 나쁘게 사용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자신이 입양된 줄 알고 부모의 사랑 속에 바르게 잘 크던 그가 어느 날, 자신이 다른 사람들과 다른 어떤 막강한 힘이 내재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곤 악행을 저지른다.
어느 날 자던 중 정체 모를 목소리에 이끌려 자신의 집 헛간으로 간 소년은 그곳에서 빌런으로 다시 태어난다.
그동안 친구들 사이에서 왕따 당하며 기 죽어 살던 그는 자신의 몸 안에 슈퍼히어로의 파워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들을 응징한다.
좋아하는 여자애가 자기가 넘어질 때 받쳐 주지 않았다고 손을 부러뜨리고, 그와 접촉을 막는 그녀의 엄마를 아주 처참하게 죽여 버린다.
그런 자신의 행동을 상담하던 상담교사이자 이모가 상담내용을 경찰에 공유하겠다고 하자 이모에게도 앙심을 품는다.
결국 자신이 외계에서 온 소년이며, 그것이 축복이 아닌 재앙이라고 믿는 자신의 아버지는 물론 끝까지 자기를 믿어주던 엄마마저 처단한다.
이 영화의 결말은 이른바 해피엔딩이 아니다. 결국 아무도 슈퍼히어로의 힘을 지닌 그를 막지 못한다.
정의가 승리하면서 결국 그 소년이 죽거나 아니면 정신을 차리고 다시 착한 소년으로 돌아오는 그런 내용이 아니다.
그동안 우리가 봐 온 슈퍼히어로 영화와는 결이 다르다. 그러나 이 영화 역시 슈퍼히어로를 소재로 한 영화이기에 제작진이나 출연진도 그동안 슈퍼히어로 영화에 참여한 이들이 작품에 참여했다.
우선 <어벤저스: 엔드 게임>에서 앤트맨의 아역을 맡았던 잭슨 A. 던이 주인공 소년 브랜든 역을 맡았고, 소년의 엄마 역을 맡은 엘리자베스 뱅크스는 <스파이더맨2>와 <스파이더맨3>에 출연한 바 있다.
여기에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제작진이 합류해 새로운 슈퍼히어로 영화를 만들어 냈다.
영화 <더 보이>는 북미보다 하루 앞선 오는 23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