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은 가난하고, 못 배웠다고?
지난 2012년 개봉해 172만 명의 관객 몰이를 하며 프랑스 영화치곤 괜찮은 성적을 낸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장애인이 등장함에도 불구하고 눈물을 쥐어짜는 신파는 없이 감동을 선사해 호평을 받았다.
이에 이번에는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서 리메이크 작 <업사이드>를 내놓았고, 먼저 개봉한 북미 박스오피스 흥행수익 8위를 기록하는 등 이번에도 관객몰이에 성공했다.
이는 <아쿠아맨> <캡틴 마블> <어벤저스: 엔드게임> 등 할리우드 대작들과 겨루어서 얻어낸 성과이기에 더 값지다.
다만 원작과 달라진 점도 몇 가지 있는데 이는 현실성을 더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는 게 제작진의 설명이다.
우선 원작은 프랑스 대저택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이번 <업사이드>에서는 뉴욕 파크 애비뉴에 위치한 펜트하우스로 바뀌었고, 원작에서 주인공 필립의 직업이 교수였지만 이번에는 자수성가한 기업 컨설턴트로 바뀌었다.
또 필립의 활동보조인 델은 여러 동생을 돌보던 상황에서 이번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 설정이 바뀌었다.
이와 더불어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 필립(브라이언 크랜스톤 분)의 비서 이본(니콜 키드먼 분) 캐릭터가 추가돼 델과 마찰을 통해 영화의 재미를 선사한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사고로 아내를 잃고, 자신은 전신마비 장애인이 된 필립은 24시간 누구의 도움이 없으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다.
그가 다치기 전 잘 나가던 기업의 CEO일 때 그의 밑에서 일하다 육아 때문에 퇴사했던 이본이 다시 그를 돕기 위해 비서로 복귀하지만, 필립의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 이상으로 필립을 위한 전문적인 활동보조가 필요함을 느껴 활동보조인을 별도로 채용하기로 한다.
하버드 출신인 이본 보다 더 필립의 필요를 채워줄 수 있는 사람을 뽑기 위해 고액의 연봉을 제시하자 지원자도 꽤 많이 모였다.
면접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옷차림이나 말투가 꽤 불량해 보이는 한 흑인 남성이 갑자기 면접장에 난입해 자신은 구직활동을 했다는 사인 하나만 받으면 그만인데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는 것 아니냐며 상당히 거칠게 항의한다.
모든 게 완벽한 이본의 눈에는 상종도 하지 못할 사람처럼 보이지만, 정작 당사자인 필립은 앞서서 면접을 본 샌님 같은 면접자들 보다 훨씬 마음에 든다며 이 무례한 흑인남성을 활동보조인(영화에서는 ‘생활보조원’이라고 번역했으나, 영화 속 ‘델’의 역할은 활동보조인이 맞다)으로 채용한다.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도 모르고 얼떨결에 취업이 된 델(케빈 하트 분)은 시도 때도 없이 호출하는 필립이 귀찮아 호출기를 아무데나 처박아 두고 잠이나 자질 않나, 허락도 없이 필립의 슈퍼카를 타고 외출하지 않나 이런 사람을 왜 뽑았나 싶게 행동한다.
이에 이본은 그에게 ‘3진 아웃’을 조건으로 내걸며 어떻게든 필립에게서 떼어 놓고야 말겠다며 벼르지만, 정작 필립은 델을 감싸준다.
그러던 어느 날 밤에 잘 자던 필립이 갑자기 호흡 곤란 증상을 겪자, 평소 필립이 델에게 자신의 호흡이 멈춰도 절대 무리하게 심폐소생을 하지 말라고 말했던 것을 듣지 않고 끝내는 필립을 살려낸다.
그리고 왜 필립이 DNR(심폐소생 거부) 의사를 밝혔는지 알게 되면서 두 사람은 더 가까운 사이로 발전한다.
그렇게 가까워진 두 사람은 리프트가 장착된 벤이 아닌 필립이 장애인이 된 후 타지 않았던(혹은 타지 못했던) 슈퍼카를 타고 같이 드라이브도 즐기고, 오페라의 ‘오’자도 모르던 델이 필립을 따라 오페라 공연을 본 후 좋아하는 오페라 아리아도 생긴다.
델 덕분에 점점 삶의 활력을 찾아가던 필립. 급기야 델은 몇 년째 얼굴도 모른 채 펜팔 중인 필립이 답답해 상대 여성에게 대뜸 전화를 걸고 그렇게 필립과 릴리를 만나게 해 준다.
자신이 장애인인 것을 모르고 나왔다가 당황하지 않을까 걱정하는 필립에게 릴리는 이미 인터넷으로 찾아봐서 알고 있었다며 그런 건 신경 쓰지 말라고 말한다.
그녀는 필립의 수족 같은 존재인 델에게 자신이 알아서 할 테니까 자리를 떠도 좋다고 말한다.
필립 한 입, 자신 한 입 그렇게 식사도 잘 보조하던 릴리는 그러나 식사도중 괜히 델에게 자리를 비켜달라고 했나보다고 말하며 결국 필립에게 상처를 주고 떠난다.
이 영화는 얼마 전 국내에서 개봉한 신하균, 이광수 주연의 <나의 특별한 형제>처럼 ‘잘난 장애인’ 그리고 24시간 활동보조가 필요한 장애인의 현실 등을 잘 보여준다.
흔히 장애인은 가난하고, 못 배웠다는 생각으로 장애인의 나이와 무관하게 일단 애처럼 대하는 것이 현실인데 <업사이드>나 <나의 특별한 형제> 속 장애인의 모습은 그 누구보다 부자이거나, 똑똑한 그래서 함부로 대하기엔 너무나 어려운 존재다.
산업화가 되면서 선천적인 이유로 장애인이 되는 비율 보다 후천적 요인에 의한 장애 발생률이 훨씬 높다.
그런 까닭에 예전과 달리 태어나서 학교는 고사하고 집 밖에 나가본 적이 없는 탓에 ‘가방끈’도 짧고, 그래서 직업을 갖기도 어려워 재산도 적은 그런 장애인이 아닌 많이 배우고, 많이 가진 장애인도 많아졌다.
바로 이 두 영화는 이런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할 수 있다.
또 일부 지자체의 경우, 하루 24시간의 활동보조를 인정하고 있으나 많은 수의 지자체들이 잘 때는 무슨 활동보조가 필요하냐며 하루 24시간의 활동보조를 인정하고 있지 않은데, 이 영화를 본다면 왜 중증장애인에게 24시간 활동보조 서비스가 제공되어야 하는지 자연스레 알게 된다.
영화 <업사이드>는 이달 13일 CGV에서 단독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