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 욕심에 목숨 건 결과는?
어느 인터넷신문 기자와 프리랜서 방송 리포터가 다급하게 택시를 타고 도망가다 우연히 택시기사의 하회탈을 본 후 기겁해 내리면서 영화는 18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사건 18시간 전 5명의 남성을 죽인 연쇄살인범 안보령(김보령 분)이라고 주장하는 여성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전직 스포츠 아나운서 송지희(노이서 분)는 마침 같이 야외 촬영 중이던 스태프들과 함께 안보령의 단독 인터뷰를 하기 위해 그녀가 알려준 곳으로 향한다.
지희와 동행하게 된 선영(이정원 분)은 기자만 특종 올리라는 법 있냐며 안보령과 인터뷰에 성공하면 자신의 ‘팔로워’가 늘어날 것이라며 마냥 들떠 있고, 지희는 자기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들에게 갑질을 하던 한 인터넷매체 편집장(김종철 분)이 죽는 장면을 목격한 후라 뒤숭숭 하다.
어쨌든 안보령의 제안으로 단독 인터뷰를 위해 그녀가 알려준 모처에 도착해 안보령을 찾는 과정에서 이미 그곳에 도착해 있던 시사플러스라는 인터넷매체 이영진 기자(조은 분)를 만나게 된다.
이 기자는 자신의 특종을 놓쳤다는 생각에 이들에게 상당히 적대적으로 대하고, 때마침 안보령으로부터 다시 전화가 걸려오자 이들은 같이 안보령을 만나기 위해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동행했던 카메라 기자는 안보령에게 저격 당해 숨을 거두고, 영진과 지희, 선영 세 사람은 몸에 사제 폭탄을 멘 채 깨어난다.
영화는 이때부터 흑백으로 전환된다. 안보령은 세 사람에게 자신이 왜 연쇄살인을 저지르게 됐는지 이야기 한다.
그러더니 갑자기 그녀는 ‘러시안 룰렛’을 하자며 총알 6발을 모두 꺼낸 후, 그중 1발을 다시 장전한 후 먼저 자신의 머리에 1발 겨눈다. 다행히 불발탄.
그녀는 또 1발을 더 넣고 또 방아쇠를 당기지만 또 운 좋게도 불발된다. 다시 1발을 더 넣고 이번엔 송지희에게 총을 건네며 자신을 향해 쏴 보라고 한다.
그러나 지희는 자신의 머리에 총구를 겨눈 후 방아쇠를 당기고, 결국 그렇게 숨을 거둔다.
눈앞에서 지희의 죽음을 목격한 선영과 영진은 두려움에 죽기 살기로 현장을 탈출하고, 마침 운동장에 서 있던 택시에 올라탄다.
그러나 이들을 태운 택시가 점점 이상한 곳으로 가는 것 같아 기사와 실랑이를 벌이는 와중에 그만 기사의 얼굴을 목격하고 기겁해 둘은 택시에서 뛰어내리며 영화는 끝난다.
바로 이 부분이 오인천 감독의 전작 <야경: 죽음의 택시>와 세계관을 공유하는 부분이다.
이 영화는 유튜브 열풍에 어울리는 소재를 적절히 찾아낸 작품이라는 점에서 일단 눈길이 간다.
그러나 ‘모큐멘터리’ 느낌을 살리기 위해 쓸데없이 연신 카메라를 흔들어 대고, 이유도 없고 구도도 엉망으로 클로즈업을 해대는 탓에 큰 스크린에서 보면 상당히 어지러울 것을 각오해야 한다.
또 갑자기 안보령이 등장하는 30여분 분량은 흑백으로 처리되는데 굳이 그렇게 처리한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아울러 영화 속에서 ‘갑질’을 일삼던 편집장이나, 안보령 단독 인터뷰에 동행한 카메라 기자 등 남성들이 모두 죽는다는 점에서 최근 <걸캅스> 때처럼 페미니즘 이슈가 생기지 않을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것은, 이 영화에 등장하는 프리랜서 방송 리포터 선영은 클럽에서나 어울릴 법한 옷차림을 하고선 연신 자신의 팔로워 늘리는데 급급해 하는데다 상식도 없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굳이 이 영화가 ‘남혐’ 혹은 ‘여혐’ 영화라고 말하기도 참 애매하다.
그나마 전작 <데스 트랩> <폴리스 스토리>처럼 상황이 주는 공포를 극대화 한 저예산 영화라는 점에서 눈여겨 볼만하다고 할 수 있다.
참고로 극중 카메라 기자는 오인천 감독이 직접 열연을 했으며, 지희에게 갑질을 하는 이종철 편집장 역은 실제 익스트림무비 김종철 편집장이 맡았다.
영화 <아나운서 살인사건>은 오는 1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