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많으면 삶이 행복할까?
숫기도 없고 마냥 착해서 파티장에서 음식도 하나 못 얻어먹고, 동네 사람들이 시키는 온갖 잡일을 군소리 없이 해주는 라짜로.
라짜로를 비롯한 마을 사람들은 지주인 후작 부인의 허락 없이는 마을을 떠날 자유도 없다.
그러던 어느 날, 후작 부인의 아들인 탄크레디가 요양차 담배농장에 오고 그곳에서 라짜로를 만난다.
하지만 커피 한 잔 마시고, 어머니와 이야기를 나눈 후 그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밤새도록 마을 사람들이 찾아 나선다.
이튿날 우연히 라짜로가 그가 찾아내 마을로 내려가자고 하자, 자신의 엄마와 맞서 싸우기 위해 라짜로와 짜고 가짜 납치극을 꾸민다.
그러나 탄크레디의 엄마는 아들이 납치됐다는 편지를 보고도 이미 여러 번 이런 식의 거짓말을 한 적이 있다며 걱정도 안 한다.
결국 경찰이 마을에 와서 사람들의 신원을 확인하기 위해 데리고 간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계약서도 쓰고, 거기에 맞게 임금을 줘야지 지금처럼 소작(小作)을 줘서 부려 먹는 것은 이제는 불법이라고 알려준다.
사실 지주는 이제껏 법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소작농들에게 알려주지 않은 채 ‘개, 돼지’ 취급하며 최대한 옥죄어 왔다. 만약 그들을 풀어주면 자신들이 ‘비참한 노예’임을 알게 될까 싶어서다.
그렇게 지주는 농부들을 착취했고, 다시 농부들은 라짜로를 착취하는 구조를 이루며 살아왔다.
세월이 흘러 마을 사람들은 이제 도시에서 일하게 됐지만 서로 경쟁적으로 일당을 적게 불러야 일할 수 있는 탓에 여전히 삶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현대사회의 빈익빈 부익부를 잘 보여준다는 점에서 영화 <기생충>과 닮았다. 하층민은 아무리 노력해도 자신의 위치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심지어 부자와 그렇지 않은 사람은 ‘냄새’조차 다르다고 <기생충>은 말한다.
이 영화에서도 열병을 앓아 혼자 길에 뻗어있는 라짜로를 발견하고 다가 온 늑대가 그에게서 생전 처음 맡아 본 냄새를 맡고 홀연히 그냥 떠나 버린다.
세월이 흘러 모두가 늙어도 라짜로의 외모는 그대로인데, 이는 그를 성인(聖人)으로 설정한 탓으로 보인다. 참고로 라짜로는 기독교 성서의 ‘나사로’의 이태리식 발음이다.
그런 까닭에 라짜로를 다시 만난 이들이 단순히 반가워하는 차원을 넘어 경배하기까지 하는 것이다.
영화의 후반부에서 그렇게 사람들을 착취하던 후작 부인 일가 역시 은행 때문에 모든 것을 잃고 궁핍하게 살아간다.
이 영화는 비단 한국사회 뿐 아니라, 지금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돈의 노예가 되어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잘 보여준다.
가진 것은 없으나 누구보다 참 행복하게 사는 라짜로의 모습을 그린 영화 <행복한 라짜로>는 오는 20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