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밑바닥 두 사람이 떠난 지상 낙원은?
‘다코타 패닝의 동생’이라는 타이틀을 이제는 떼어도 좋을 듯하다. 금년에만 <틴 스피릿> <갤버스턴> <말레피센트2> 등의 작품으로 국내 팬을 만난다. 여기에 더해 그가 출연하는 작품의 면면을 보면 흥행 여부를 가리지 않고 상당히 다양한 영화를 섭렵하고 있다.
이쯤되면 다코타 패닝을 ‘엘르 패닝의 언니’라고 불러야 할 판이다.
영화 <아이 엠 샘>에서 언니 다코타 패닝의 아역으로 데뷔하면서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엘르 패닝은 상업영화, 독립영화 가리지 않고 다양한 작품에 출연해 오고 있다.
꼭 자신이 예쁘게 혹은 돋보이게 나오는 작품이 아니더라도 기꺼이 출연을 하고 있다.
다음 달 4일 국내에서 개봉하는 영화 <갤버스턴>에서 그녀는 미혼모 역을 맡았다. 그것도 그냥 미혼모가 아니라 의붓아버지에게 몹쓸 짓을 당해 아이를 낳게 된 역할이다.
전과자 로이(벤 포스터 분)가 살인 현장에서 우연히 자신의 눈빛과 닮은 한 소녀(엘르 패닝 분)를 보고 구출하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
둘 다 지옥 같은 삶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고, 이에 그들은 소녀의 아버지로부터 도피를 한다. 소녀가 낳은 딸 티파니(애니스턴 프라이스 분, 탄슬리 프라이스 분)와 함께.
19살 소녀는 이미 세상의 어두운 면을 많이 알아 버렸다. 자신에게 호의를 베푸는 로이에게 돈 안 받고 잠자리를 가져 주겠다며 ‘감사의 인사’를 전하지만, 로이는 이 나이에 벌써 이런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 그녀가 안타깝다.
세 사람은 같이 바다에도 가고(3살인 티파니는 바다가 난생 처음이다.) 서로 행복한 시간을 공유한다.
그러나 로이를 쫓는 놈들에 의해 둘은 위험에 처하고, 결국 그렇게 록키(엘르 패닝 분)는 짧은 생을 마무리 한다.
그로부터 20년의 세월이 흘러 어느 날 록키의 딸 티파니가 로이를 찾아와 자신의 언니(그동안 그녀는 록키를 언니로 알고 있었다.)에 대해 묻고, 로이는 결국 록키가 엄마임을 알려주며 영화는 끝을 맺는다.
영화의 제목은 극중 로이와 록키, 티파니가 찾아간 ‘세상의 마지막 낙원’ 같은 갤버스턴 해변에서 따 왔다.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은 로이와 록키는 이곳에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이 영화의 제작 과정에서 눈여겨 볼 점은 아역인 티파니 역을 2명의 배우가 연기했다는 점이다. 무슨 말이냐면, 배우들 특히 아역배우에 대해 촬영시간 등을 엄격하게 규제하고 있는 미국의 영화 현장과 관련이 깊은데 아역 배우들의 기본 휴식시간 보장과 최상의 컨디션 유지를 위해 쌍둥이 자매 애니스턴 프라이스와 탄슬리 프라이스를 더블 캐스팅 했다고 한다.
최근 칸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 역시 배우들의 휴식시간 등을 지키며 촬영했다고 해서 화제가 됐으나, 아직까지도 우리나라 영화 현장이나 드라마 현장에서는 이 부분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지 않다.
극중에서 그들은 밑바닥 인생을 살면서 세상에서 대접도 제대로 못 받는 존재였으나, 정작 촬영현장에서는 충분한 휴식시간을 보장 받으며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도록 대접 받았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시사 하는 바가 크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