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집에서 편안함을 느끼나요?
12살 하나(김나연 분)의 소원은 가족들이 모두 모여서 즐겁게 밥 한 끼 먹는 것이다. 무슨 소원이 그렇게 소박하냐고 할지 몰라도, 일 때문에 얼굴도 제대로 보기 힘든 부모님과 여자 친구에게 푹 빠진 사춘기 오빠 얼굴 한 번 보기도 힘들다.
집에 오면 늘 혼자인 탓에 나름 요리 실력도 갖춘 그녀는 남들처럼 가족들끼리 다같이 밥 먹는 것이 소원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우연히 보게 된 엄마의 서류 봉투에서 독일 주재원 신청서를 발견한다.
하루가 멀다가 부부싸움을 하는 부모님인데, 엄마가 독일에 2년 동안 간다는 게 말이나 되나. 이러다 우리 집은 진짜로 끝장날지도 모르겠다는 불안감이 엄습해 오빠에게 쪼르륵 달려가 이야기 하니, 오빠는 왜 함부로 엄마 서류를 봤냐며 꾸짖기만 한다,
설상가상으로 어느 날 술에 취해 거실 쇼파에서 잠든 아빠의 휴대전화가 울려서 받았더니, 주 대리라는 언니가 아빠에게 ‘오빠’라며 다정하게 이야기 한다.
엄마는 독일 주재원으로 가고, 아빠에겐 여자가 생겼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진 하나는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서 가족 여행을 제안한다.
기억해 보면 예전에도 부모님의 사이가 안 좋았을 때, 여행을 가서 다시 화목해진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부모님은 알겠다는데, 오빠라는 사람은 자기도 가족 여행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으면서 여자 친구 핑계를 대면서 안 가겠다고 버틴다.
아 진짜로 가족 여행을 가야 우리 집이 풍비박산이 나는 걸 막을 수 있는데, 미칠 지경이다.
어쨌든 부모님이 알겠다고 해서 가족 여행은 가긴 가는 건데, 두 분 모두 여행 전날 밤 늦게야 집에 온다. 짐은 또 언제 싸려고 전날인데도 이렇게 늦게 들어오나 싶은 하나는, 우연히 부모님이 이혼하기로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혼이라니. 이혼만은 막기 위해서 엄마가 힘들까 대신 밥도 하고, 가족끼리 여행도 가자고 졸랐건만 하나에겐 충격이 아닐 수 없다.
하나는 우연히 사귀게 된 동네 동생인 유미(김시아 분), 유진(주예림 분)이의 집이 당장 팔릴 것 같은 상황에 처하자 지방에서 일하는 유미네 부모님을 직접 찾아가서 이야기 하자며 유미, 유진이를 데리고 먼 길을 떠난다. 바로 자신의 가족 여행 당일에.
하지만 아이 셋이 버스를 몇 번이나 타고 시골에 가는 것이 쉬울 리 없다. 결국 유미는 처음에 자신이 먼저 하나에게 같이 가 달라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게 다 언니 때문이라며 그냥 집에나 있었으면 이런 고생은 안 했을 것이라고 원망한다.
그래 처음 유미가 제안했을 땐 가족 여행을 핑계로 같이 못 간다고 했다가, 어젯밤 부모님이 이혼 얘기를 하는 걸 듣고 충격 받아 여행 당일 그냥 확 사라질 마음으로 다시 자기가 유미, 유진 자매에게 길을 나서자고 했지만 그래도 그렇지 이게 내 탓이라니 서럽다.
유미, 유진이는 부모님이 지방으로 일하러 가셔서 그렇지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기나 하지, 이제 곧 자신의 가족은 부모님의 이혼으로 뿔뿔이 흩어져 살 생각을 하니 더욱 더 서러움이 북받친다.
결국 길을 잃고 방황하던 아이들은 급하게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간 어느 신혼부부가 버리고 간 텐트에서 하룻밤을 지낸다.
번듯하게 생긴 집이지만 가족 간에 불화가 가득한 하나네 집이나 혹은 가족이 화목하긴 하지만 집 주인이 새로운 세입자를 들인다고 해서 곧 쫓겨나게 생긴 유미네 옥탑방이 아닌 바닷가의 좁은 텐트에서 이들은 아무 고민 없이 행복을 맛본다.
이 영화는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집은 가장 편안한 안식처이어야 한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집에 들어와 아무 눈치 안 보고, 가장 편안한 자세와 마음으로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피로를 푸는 공간이 바로 집이다.
하지만 누구에겐 집이 가장 스트레스 받는 공간이기도 하다. 부모님은 이혼한다고 하지 않나, 집 주인은 다른 세입자를 들이려고 부동산에 내놓지 않나 집에 있어도 편할 수 없다.
셋이 겨우 눕는 텐트 안이지만 집을 보러 오는 사람도 없고, 이혼하겠다는 부모님도 없는 바로 그곳이 나에게 편안함을 준다면 그곳이야 말로 ‘우리 집’이라 할 수 있다.
연극놀이를 통해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연기하도록 배려하면서 찍은 영화 <우리집>은 오는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