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시각장애인, 살인현장 목격하자…
한 해 수천 편의 영화를 선보이며 나름대로 영화 팬을 보유한 이른바 ‘발리우드’ 영화로 불리는 인도 영화 한 편이 이달 하순 선보인다.
지난 9일 기자시사회를 개최한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가 바로 그것.
‘가짜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가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고 벌이지는 일을 그린 영화로 소재 자체가 신선하다 할 수 있다.
다른 뜻은 없고 단지 음악적 영감을 위해 앞이 안 보이는 척 하는 아카쉬(아유쉬만 커라나 분)는 길에서 사고를 당하게 되고, 이를 계기로 ‘가해자’인 소피(라디카 압테 분)의 소개로 라이브 레스토랑에서 연주를 하게 된다.
그의 연주는 나날이 손님들에게 인기를 얻게 되고, 식당 단골손님 중 한 명인 왕년에 잘 나가던 발리우드 스타로부터 자신의 결혼기념일에 집으로 와서 연주를 해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다음 날, 연주를 위해 도착한 그의 집엔 그의 아내인 시미(타부 분) 혼자 아카쉬를 맞이한다. 아니 그런 줄 알았다.
자세히 보니 부엌 근처에 시미의 남편 다리가 조금 보이고 그 주위엔 피가 흥건하다.
시각장애인 척 했는데, 이제 와서 보이는 게 들통 나면 자신도 위험에 처할까 싶어 태연한 척 화장실 좀 쓰겠다며 화장실에 들어가니 이게 웬걸. 어떤 남자가 총을 든 채로 숨죽이며 벽에 붙어 서 있는 게 아닌가.
아 여기서 또 보이는 게 탄로 나면 이젠 진짜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겁은 나지만, 남자가 안 보이는 척 또 다시 연기를 하며 화장실을 빠져 나간다.
드디어 피아노 연주를 시작하고, 시미와 남자는 시체를 가방에 담아 밖으로 들고 나간다. 물론 아카쉬는 이 모든 과정을 모른 척 연기한다.
대충 연기를 끝내고 나온 그는 죽다 살았다는 안도감도 잠시, 그래도 한때 잘 나갔던 발리우드 스타가 죽었는데 모른 척 할 수 없다고 생각해 경찰서로 향한다.
시각장애인인 자기가 살인을 목격했다고 진술하면 믿어줄까 싶기도 하지만, 용기를 내서 신고하려던 찰나에 경찰서장이 그의 곁으로 오는데 아뿔싸! 시미와 함께 시체를 치우던 그 남자다.
깜짝 놀란 그는 대충 자기 고양이가 실종됐다며 얼버무리고, 뭔가 수상함을 느낀 서장이 직접 그의 집까지 따라와 혹시 아카쉬가 앞이 보이나 싶어 칼도 그에게 던져보고 테스트를 해 보지만 안 보이는 게 확실하다는 확신을 갖고 돌아간다.
이 영화는 극 초반 아카쉬와 소피의 달달한 로맨스부터, 중반부에 그가 살인의 유일한 목격자가 된 후부터 스릴러로 전환되는 등 다양한 요소를 지니고 있다.
자칫 시각장애인의 희화화라는 비판을 받을 수도 있지만, 단순히 ‘피아노 잘 치는 시각장애인’이라는 타이틀로 돈 벌이를 하려는 게 아니라 청각 능력을 향상하고, 음악적 영감을 위해 평소 시각장애인처럼 행동한다는 점에서 시각장애인을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은 비껴갈 수 있다.
또 극 후반에 그가 ‘가짜 시각장애인’이라는 점을 들키면서 시미로부터 위험에 처하지만, 첫 장면과 연결되면서 반전이 선보이는 점 역시 극의 재미를 높이는 요소 중 하나다.
다만, 영국에서 아카쉬와 소피가 다시 만나는 장면이 시작되기 직전에 화면이 암전(暗轉) 되면서 수입사의 타이틀이 나오는데 이때 관객들이 영화가 다 끝났다고 오해할 수도 있어, 이 부분에 대해선 기술적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인도에서만 우리 돈으로 160억 원의 수익을 올린 <블라인드 멜로디>는 지난 6월 개최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도 상영돼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영화 <블라인드 멜로디>는 이달 28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