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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영화톱기사

나도 이런 댕댕이 하나 있었으면…

영화 안녕 베일리 스틸컷

얼마 전 개봉한 영화 <나만 없어 고양이>의 주인공이 고양이었다면, 다음 달 개봉을 앞둔 <안녕 베일리>의 주인공은 강아지라고 할 수 있다.

<베일리 어게인>의 속편인 <안녕 베일리>는 ‘베일리’라는 이름을 가진 개가 환생(幻生)을 거듭하면서 한 명의 주인을 계속 지켜준다는 내용으로, 총 4종의 개가 등장하며 우리나라에서 인기의 정상에 서 있는 가수 헨리가 여주인공 씨제이의 친구로 나온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다. 그레이트 버니즈 마운틴 독인 ‘베일리’는 이든과 한나의 농장에서 참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베일리는 태어나기 직전 사고로 아빠를 잃은 어린 씨제이(애비 라이더 포트슨 분)를 너무나 좋아해 늘 씨제이를 보살펴 준다. 엄마 글로리아(베티 길핀 분)가 딴청을 부리는 동안 씨제이가 말 우리에 들어가자 행여 말이 그녀를 걷어차기라도 할까 걱정돼 자신도 우리에 들어가 말을 막으면서, 동네가 떠나가도록 짖어댄다.

다행히 베일리가 짖는 소리를 듣고 달려온 씨제이의 할아버지 이든(데니스 퀘이드 분) 덕분에 씨제이는 무사히 구조된다.

하지만 통화하느라고 애 좀 잠깐 못 쳐다볼 수도 있지 그걸 가지고 뭐라고 하는 시아버지가 짜증이 난 글로리아는 툴툴 댄다.

글로리아는 글로리아대로 젊은 나이에 느닷없이 하루아침에 과부(寡婦)가 돼 어린 딸을 키우려고 하니 눈앞이 막막해 세상에 즐거운 일이 없다.

게다가 손녀를 끔찍이도 아끼는 시부모님의 행동마저 죽은 남편이 아이에게 남긴 사망보험금이 탐나서 저러나 싶어 곱게 보이지 않는다.

결국 그녀는 씨제이를 데리고 훌쩍 떠나 버리고, 다시는 죽은 남편의 부모들과 연락을 하지 않는다.

그 사이 이든이 자기 이름을 불러줄 때 가장 좋아하던 베일리는 짧은 견생(犬生)을 마무리 짓는다.

오래도록 가족처럼 지내던 베일리에게 이든이 마지막으로 “날 행복하게 해 줬듯이 씨제이를 행복하게 해줘”라고 당부한다.

그렇게 ‘무지개다리'(영화에선 넓은 들판을 가로지르지만)를 건넌 베일리는 이번엔 비글 종인 ‘몰리’로 태어난다.

7마리나 되는 새끼가 태어나자 몰리의 주인은 이웃들에게 분양을 하고, 개를 너무나 좋아하지만 엄마가 질색하는 씨제이도 개를 분양 받으러 온다.

베일리가 몰리로 환생한 까닭에 몰리는 단번에 씨제이를 알아보고 잽싸게 그녀에게 달려든다.

종(種)도 다르고, 생김새도 다른 베일리를 씨제이는 몰라보지만, 그래도 자기를 너무 좋아하는 몰리가 싫지는 않아 엄마 몰래 집으로 데려간다.

며칠 동안 집에 개가 있다는 사실도 못 알아챈 엄마는 걸핏하면 애인과 외박을 하지 않나, 심지어 집으로 데려와 동거도 서슴치 않는다.

물론 하나 밖에 없는 자신의 혈육인 11살 소녀 씨제이는 안중에도 없다.

천둥번개가 치자 씨제이도 몰리도 둘 다 무섭긴 마찬가지이지만, 서로를 의지하며 단 둘 뿐인 텅 빈 집에서 공포를 이겨낸다.

어느덧 씨제이는 고등학생이 되고, 10살 때부터 절친인 트렌트(헨리 분)와 몰리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잠시 질이 나쁜 친구를 사귀어 사회봉사 100시간의 명령을 받기도 한다.

개를 좋아하는 씨제이는 후각이 예민한 개들에게 암(癌) 냄새를 맡게 해, 마약탐지견처럼 ‘암탐지견’을 훈련시키는 연구소에서 봉사활동을 한다.

훈련견들이 암환자 앞에 앉아 손을 꼬면 간식을 얻어먹는 걸 본 몰리는, 자신도 간식이 먹고 싶어 훈련에 동참하게 된다.

하지만 모든 생명은 언젠가 다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법. 몰리 역시 생을 마감한다.

다시 잉글리쉬 마스티프 종의 ‘빅 독’으로 태어난 베일리는 간이 주유소에서 맛난 간식을 얻어 먹으며 너무나 행복하게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토록 자신이 기다리던 씨제이(캐서린 프레스콧 분)가 그곳에 오자 냄새를 통해 알아보고 이든이 자신에게 한 부탁을 들어주기 위해 그녀에게 아는 채를 한다.

그러나 당연히 씨제이는 베일리를 못 알아보고 제 갈 길을 간다.

‘빅 독’은 그렇게 씨제이와의 잠깐의 조우(遭遇)를 간직한 채 생을 마감한다.

벌써 ‘몰리’, ‘빅 독’으로 태어난 바 있는 ‘베일리’는 이번에는 요크셔테리어 종인 ‘맥스’로 태어난다.

유기견 입양 박람회에 참가한 맥스는 그곳을 찾은 씨제이를 발견하고는 그녀에게 아는 채를 한다.

당연히 이번에도 씨제이는 맥스가 베일리라는 사실은 알지 못한 채, 오늘까지 입양이 안 되면 안락사 한다는 말에 가여워서 남자친구와 동거중인 집으로 데려온다.

이미 그 집에는 다른 종의 개가 있지만, 개를 좋아하는 여자친구의 의견을 따라준다.

그렇게 맥스는 씨제이와 다시 딱 붙어 지내며, 이든이 자신에게 당부한 바를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들린 아파트에서 몰리 시절에 맡았던 트렌트의 냄새를 맡은 맥스는 귀신 같이 트렌트의 집을 찾아내고, 그렇게 씨제이와 트렌트는 재회한다.

맥스는 씨제이가 지금의 남자친구 보다 트렌트와 있을 때 더 행복한 표정을 짓는다는 사실을 캐치하고 두 사람을 ‘한 무리’로 엮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한다.

결국 씨제이는 남자친구의 집을 나와 친구 집에서 잠시 신세를 지게 되고, 우연히 길에서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트렌트를 발견한 맥스는 씨제이를 트렌트 앞으로 데려간다.

소꿉친구인 트렌트는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씨제이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함께 지내고, 그렇게 맥스의 소원대로 둘은 한 무리가 된다.

이 영화는 애니메이션이 아니다. 그렇다고 다큐멘터리도 아니다. 주인공 개 ‘베일리’가 속으로 말을 하긴 하지만, 사람과 직접 대화를 하진 않는다.

또 사람의 말과 행동을 100% 이해하지도 못한다. 키스하는 것을 목격하곤 서로의 얼굴을 핥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쉿’이라는 단어가 무슨 뜻인지 몰라서 더 크게 짖는다.

우리가 반려견을 키우며 ‘얘는 대체 무슨 생각을 할까?’ 품었던 궁금증을 영화적 상상력과 현실성을 버무려 만들었다.

베일리와 씨제이의 성장에 초점을 둔 영화로, 헨리의 말처럼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따뜻한 감성으로 극장을 나서게 될 것이다.

또 하나 눈여겨 볼 점은 씨제이와 그녀의 엄마 글로리아의 관계다.

임신 8개월에 갑자기 남편을 잃은 ‘젊은 엄마’는 눈앞이 막막했을 것이다. 아직 젊어서 모아둔 돈도 없고, 남편은 갑자기 죽고, 애는 곧 태어나고 진짜로 악재가 몇 중으로 겹쳤는지 모를 정도로 불운이 자신에게 닥치자 어찌할 바를 몰랐을 터.

아이가 걸을 정도의 나이가 됐을 때, 남편도 없고 그냥 애가 시댁 농장에게 뛰어놀기라도 하라는 생각으로 잠깐 데려갔더니 시아버지라는 사람은 왜 애한테서 한 눈을 파느냐고 노발대발 하는데 남편 없이 애 키우느라 피곤한 내가 여기서까지 쉬지도 못하나 생각에 짜증이 폭발했을 것이다.

더욱이 애가 18살이 되면 대학등록금으로 쓰려고 여지껏 남편의 사망보험금엔 손도 안 대고 있는데, 자꾸 애가 예쁘다며 붙잡아 두려는 시부모님의 태도가 영 수상해 하다하다 이젠 벼룩의 간까지 빼앗으려나 싶어 그길로 아이를 데리고 도망쳐 나온 것뿐이었다.

하지만 솔직히 가수가 꿈인 아직 철이 덜 든 글로리아가 제대로 어디서 돈 벌이도 할 것도 없고, 애는 커가지 돈은 더 많이 필요하지 돈 나올 곳이라곤 딱 한 곳뿐이라 남편의 사망보험금을 받아서 집도 사고, 차도 사고, 그래 때론 기분 전환도 해야 하니 명품 옷도 샀다.

반면, 어려서부터 할아버지 할머니가 아빠가 자신에게 남긴 사망보험금을 빼앗으려고 해서 인연 끊고 사는 거라고 엄마에게 세뇌 당했던 씨제이 입장에서는 어느 날 엄마가 그 돈을 홀랑 다 써 버렸다는 소리에 울화가 치민다.

그나마 내가 여지껏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었던 것은 아빠가 나에게 남겨준 돈이 있다는 생각에 나중에 그 돈으로 뉴욕에 가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음악활동을 하며 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자신에게 한마디도 안 하고 엄마가 다 써 버렸다는 소리에 울컥해 그 길로 집을 나간다.

베일리가 몰리 시절 집을 나가선 베일리가 맥스가 됐을 때야 다시 만난 엄마는 예전과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자기 말로는 술을 끊은 지 9개월도 넘었다고 하지, 자신도 예전엔 어려서 철이 없어서 그랬다며 다시 함께 살자고 한다.

그런 엄마의 말이 씨제이는 영 못 미덥지만, 냄새로 사람의 기분을 파악하는 맥스는 글로리아야말로 반려견이 필요한 외로운 상태임을 알아챈다.

그리고 또 하나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윤회(輪廻)이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에서 만든 영화(스티븐 스필버그가 세운 스튜디오가 제작사다)이지만, 베일리가 몰리, 빅 독, 맥스로 모습을 달리해 계속 태어난다는 설정의 불교의 윤회사상과 닮았다.

연출을 맡은 게일 맨쿠소 감독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에 대해 사람들이 개를 좋아하기 때문에 강아지가 환생을 거듭해 나를 찾아온다는 설정을 좋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26일 기자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캐서린 프레스콧은 윤회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자신의 반려견이 다시 태어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해 서양인임에도 불구하고 윤회와 환생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참고로 현재 그녀는 2년 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한 잉글리시 불독을 키우고 있다고 한다.

또 그녀는 유기견 입양에 대해 본인의 라이프 스타일을 생각해 보고 결정했으면 좋겠다며, 함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헨리처럼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사람은 반려견을 키우기 부적합하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간담회 내내 두 사람은 친근한 모습을 연출했는데, 이에 <나 혼자 산다>를 통해 공개된 것처럼 둘이 ‘썸을 타는 사이’냐는 질문에 헨리는 “우린 좋은 관계”라며 “(캐서린은) 좋은 여자인 사람”이라고 선을 그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에겐 내 반려견을 다시 돌아보게 하고, 아직 반려견이 없는 이에겐 입양을 고민하게 하는 영화 <안녕 베일리>는 다음 달 5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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