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여자가 연애한다는 것은
공효진과 김래원이 뭉쳤다. 2003년 드라마 <눈사람> 이후 16년 만에 다시 만났다. 바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손여은 분)가 바람피우는 걸 목격하고 파혼하게 된 이재훈(김래원 분)은 매일 술독에 빠져 산다. 도저히 맨 정신에는 버틸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의 회사로 입사하게 된 오선영(공효진 분)과 무려 2시간이나 취중 통화를 하게 된다.
아직 친하지도 않은데 대체 2시간 동안이나 뭐라고 했을지 기억이 안 난다는 사실이 더 무섭다.
선영은 자신 역시 얼마 전 남자친구가 바람을 피워서 그만둔 터라 동료들에게 재훈이 파혼 했다는 소식을 듣고 더 마음이 쓰여 2시간 동안이나 가만히 그의 이야기를 들어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둘은 술자리를 자주 갖게 되면서 점점 가까워진다.
선영은 술에 취한 척 연기하면서 재훈에게 고백을 하고, 결국 두 사람은 잠자리까지 갖게 된다.
연애가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고 생각하는, 그래서 남친과 헤어진 후에는 ‘걸레’ 소리를 듣는 선영은 전 직장에서 억울한 소문 때문에 이직을 하게 됐다.
이 영화는 여성이기에 우리 사회에서 겪는 어려움을 보여준다.
남자들은 여자친구에게 자신을 사랑하면 같이 잠자리를 갖는 것이 당연하다고 강요한다. 여성이 순결을 지키려고 하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것 아니냐고 집요하게 성관계를 요구한다.
그러나 여자친구가 마지못해 순결을 허락하면 사귈 때는 좋아하다가 헤어지고 나면 ‘헤픈 여자’ 취급한다.
또 전 남자친구와 성경험이 있는 여자는 새로운 남자를 만날 때 그것이 약점으로 작용한다.
결국 남자들의 ‘요구’에 따라 여성들은 남성들에게 자신의 몸을 허락하게 되고, 남성에게 몸을 허락한 여성은 ‘헤픈 여자’로 취급해 버리는 이상한 굴레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이와 더불어 극중 선영처럼 직장 내 조직문화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유부남 상사와 몇 번 개인적으로 식사라도 하다가 부인에게 걸리면 남자는 자신이 살기 위해 ‘꽃뱀’ 취급을 해 버리고, 여자는 직장 내 ‘따가운 시선’ 때문에 이직하거나 퇴사해야 하는 부당함도 겪어야 한다.
가벼운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사실은 많은 시사점을 지닌 영화라 할 수 있다.
우리말 제목은 ‘가장 보통의 연애’이지만, 이는 반어법적인 표현이며 원래 감독의 의도는 영어 제목(Crazy Romance)에 잘 녹아 있다.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는 다음 달 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