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데이트 강간, 데이트 폭력에 무덤덤한 여자
‘공시생’인 손은미(손예원 분)는 같이 스터디 모임을 하는 사람들 중에 같은 대학 출신인 한병태(곽민규 분)를 만난다.
병태는 동문임을 내세워 은미에게 단둘이 술 한 잔 하자고 제안하고, 결국 둘은 동침하기에 이른다.
잠에서 깬 둘은 서로에게 잘 생겼다느니, 예쁘다며 여느 연인처럼 다정하게 대화를 나눈다.
그리고 그날 밤 둘은 또 다시 서로의 몸을 탐닉한다.
병태는 시험에 붙으면 자신의 월급이 아버지 병원비로 나갈 것이기 때문에 그냥 만년 고시생으로 살거나, 자신이 먼저 죽고 싶다고 말한다.
그런 그는 은미에게 프러포즈를 하지만, 은미는 그냥 장난처럼 웃어넘긴다.
그러자 병태는 ‘데이트 강간’을 시도하고, 영화 속 은미는 담담히 이를 받아들인다. ‘데이트 강간’도 엄연히 강간인데 감독은 이를 모르는 듯 하다.
자신의 프러포즈를 웃어넘기자 강간해 버린 병태지만, 은미는 여전히 그와 잠자리를 갖는다. 그러면서 한편으로 임신걱정을 한다.
임신이 걱정되면 서로 피임을 하면 될 텐데 말이다.
결국 그녀는 엄마에게 산부인과에 다녀온 걸 들켜 두들겨 맞는다. 감독은 여기서 또 한 번의 우를 범한다. 산부인과는 임신한 여자만 가는 것이 아니라 생리를 시작하면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건강관리(예컨대, 자궁경부암 예방 주사를 맞기 위해)를 위해 갈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처녀가 산부인과에 가는 것을 무조건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묘사하는 것은 더더욱 젊은 미혼 여성들이 산부인과에 가길 꺼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어쨌든 이러한 은미의 상황과 별개로 병태는 병원에 입원한 아버지를 보고 온 후, 더 심난해져서 술을 마시고, 그를 달래는 은미와 싸운다.
병태는 은미에게 자기 목을 졸라줄 수 있냐며 은미의 목을 조른다. 이는 단순한 술 주정을 넘어 ‘데이트 폭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미는 또 병태와 동침한다.
자신에게 못된 짓을 계속하지만, 은미는 여전히 병태와의 관계를 끊지 못한다.
이쯤 되면 감독이 올바른 가치관을 지닌 사람인지 궁금해진다.
갑자기 병태가 스터디 모임에서 빠지자, 같이 공부하던 김나리(문우빈 분)가 불같이 화를 내면서 자리를 박차고 나간다.
병태가 은미 뿐 아니라 나리와도 어떤 일이 있었음을 암시하는 장면이다.
이런 과정을 지켜보던 은미는 스터디 모임 반장인 오완철(오규철 분)과 둘이 술자리를 가지면서 그동안의 일에 대해 듣게 된다. 그리고 둘은 잠자리를 가진다.
이후 은미는 우연히 알게 된 남자와 만나 술자리를 가진 후 모텔에 간다.
임신을 걱정하면서도 계속 남자들과 몸을 섞는 은미의 태도를 이해하기 힘들다.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영화지만, 데이트 강간이나 데이트 폭력에 무덤덤할 뿐 아니라 섹스에 집착하는 여주인공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과연 감독이 제대로 된 성인식을 가지고 있는지 의심이 든다.
이번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세계 최초로 선보이는 영화 <은미>는 5일에 이어 8일과 9일, 10일에도 상영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