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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 이런 여자가 있을까?

영화 82년생 김지영 스틸컷

책이 팔리지 않는 시대에 무려 100만부 넘게 팔린 책이 있다. 바로 조남주 작가의 <82년생 김지영>이다.

이 책은 ‘김지영’으로 대표되는 지금을 사는 대한민국 여성들이 겪었을, 혹은 겪고 있는 여러 차별을 다루고 있다.

그런 까닭에 대체 이런 여러 차별을 다 겪은 여성이 어디 있겠느냐며 과도한 페미니즘의 산물이라며 남성들의 공격이 이어졌다.

그런 책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제작 소식이 알려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주연 배우로 낙점된 이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남녀 혹은 페미니스트와 반(反)페미니스트 간에 감정싸움으로 번졌다.

물론 이러한 감정싸움조차도 영화 홍보에는 득이 될 수도 있다. 어쨌든 화제성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14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정유미, 공유 주연의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2019년을 살아가는 ‘김지영’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결말을 살짝 바꿨다.

벌써 3번째 같이 호흡을 맞춘 정유미와 공유는 서로를 잘 아는 사이여서 오히려 자연스러운 부부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다고 한다.

어려서 언니 은영과 함께 세계여행을 꿈꾸던 지영은 대학을 졸업한 후 홍보대행사에 들어가 사회생활을 했었다.

그러나 아이가 태어나면서 육아를 위해 회사를 관두게 됐고, 그럭저럭 육아에 전념하며 살았다.

남편도 나름대로 집안일을 나눠서 하면서 집안일을 같이 책임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절 내내 시댁에서 일하느라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지영은 마치 자신의 엄마(김미경 분)로 빙의된 듯 시부모 앞에서 마음 속 말을 거침없이 쏟아낸다.

이에 지영의 남편 대현(공유 분)은 황급히 그녀를 데리고 집을 나선다.

문제는 자신의 언행을 지영이 기억조차 못한다는 것.

대현은 지영이 걱정돼 병원에 가보라고 말하지만, 전업주부인 지영은 비싼 검사료에 식겁해 그냥 다시 집으로 온다.

차마 지영에게 진실을 얘기하지 못하는 대현은 혼자 속앓이를 한다.

그런 지영에게 과거 직장 상사가 퇴사해 새로 회사를 차릴 예정인데 함께 하자는 제안이 온다.

지영은 돈을 떠나 경력단절 여성인 자신에게 다시 일할 기회가 주어졌다는 사실에 들뜨고, 대현은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면서 다소 걱정은 되지만 응원을 해준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현이 육아휴직을 하게 되면 지영이 버는 돈으로는 생활비도 벅찰 것이고, 남편이 육아휴직을 하지 않고 맞벌이를 하려면 베이비시터를 구해야 하는데 이마저도 쉽지 않다.

결국 지영은 다시 일을 하는 것을 포기한다.

사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충분히 한국사회에서 사는 여성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흔히 ‘몰래카메라’로 부르는 불법촬영을 비롯해 우리사회에서 여성들이 겪을 수 있는 여러 가지의 차별과 범죄를 보여준다.

바로 이 때문에 처음 원작 소설이 나왔을 때 반대하는 이들이 세상이 이 모든 걸 다 겪은 여성이 어디 있겠느냐고 성토했던 것이다.

기자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지영 역을 맡은 정유미 조차 같은 30대지만 자신은 이런 삶을 살아보지 않았다고 말했을 정도다.

화장실에서는 불법촬영이 신경 쓰여 제대로 볼 일도 못 보고, 아버지는 딸은 안중에도 없고 아들에게만 관심을 쏟고, 회사에선 행여 아이라도 낳으면 일에 지장이 생길까 싶어 인사발령에 불이익을 주고, 명절에 시댁에서 일하느라 친정에도 제때 못 가고, 그래서 미쳐 버리고, 다시 직장생활을 하려해도 베이비시터를 못 구해 쉽지 않은 등등의 모든 일을 다 겪은 혹은 겪고 있는 여성이 대체 몇 명이나 될까?

물론 이 중에 2~3가지만 해당되는 이들은 많을지 몰라도, 영화나 소설에 등장하는 지영의 상황 전부 해당하는 여성이 과연 존재할까?

한편으로 이 영화를 통해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 살아가기가 얼마나 힘든지 보여주는 차원에선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여성의 현실을 왜곡해 보여줄 수 있는 한계도 지니고 있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은 오는 23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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