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위한 판타지인가?
백설공주는 독일의 전래 민화로 백설(白雪) 같이 흰 살결의 아름다운 공주가 계모의 계략에 빠져 독이든 사과를 먹고 죽었지만 왕자가 공주를 살리고 계모는 벌을 받는다는 권선징악을 다루고 있다.
영화 <스노우 화이트>는 이런 백설공주의 이야기를 현대로 가져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계모와 함께 유산인 호텔을 운영 중인 클레어(루 드 라쥬 분)는 젊고 아름다운 아가씨다.
계모 모드(이자벨 위페르 분)는 사랑하는 남자가 클레어에게 반하자 질투심에 클레어를 없애버리기로 한다.
처음 시도에 실패하고 가까스로 도망친 클레어는 작은 마을이 있는 산속에 지내며 새로운 인생을 산다.
누가 자신을 헤치려한지도 모르는 클레어는 일곱 명의 남자를 만나고 인생을 즐기며 산다.
현대의 백설공주는 솔직하고 대담한 성격으로 산 속에 살면서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게 산다.
이런 백설공주의 모습은 기존 일곱 난장이의 도움으로 살아가는 백설공주와는 다르다. 거기다 왕자도 없다.
자신의 일을 스스로 결정하는 백설공주라는 점에서는 기존의 한계를 극복한 듯 보이지만, 과연 새로운 백설공주를 구현했는가에 의구심이 든다.
능동적인 모습을 욕망에 충실한 모습으로 그려내 오히려 능동적인 여성상을 왜곡하지 않았나 생각이 들어 마음이 불편했다.
백설공주의 모티브 자체가 어쩌면 여성상의 왜곡인지도 모른다. 질투심 때문에 살인을 계획한다는 발상 자체가 여성의 왜곡된 시선에서 출발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남성은 대의나 명분에 의해 움직이고, 여성은 질투심에 눈이 멀어 살인을 계획하니 말이다.
거기다, 계모 모드의 사랑하는 남자가 클레어에게 반하는 것은 클레어의 잘못이 아니라 그 남자친구가 잘못한 것이지만, 아직도 여성이 여성에게 화살을 돌리는 일이 당연히 여겨지는 사회가 이 영화에 그대로 반영된다.
새로운 백설공주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영화에서 능동적이며 욕망에 충실한 여성상은 있어도 좋은 여성상은 없다.
오히려 남성들의 판타지를 채워주는 듯. 참고로 클레어의 욕망을 적나라하게 보여줘 영화는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이다.
영화 <스노우 화이트>는 오는 2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박선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