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도, 오빠도, 담임도 다 짜증나!
올해 개최된 서울국제여성영화제(SIWFF) 최고의 흥행작을 꼽으라면 <지랄발광 17세>를 꼽을 수 있다.
티켓 창구에서 제목을 큰 소리로 말하기에 다소 민망한 이 영화는 네티즌들의 관심으로 DVD 발매 하루 전, 전격적으로 극장 개봉을 결정할 정도로 개봉 전부터 인터넷상에서 화제가 된 작품이다.
로튼토마토 신선도 95%를 기록한 이 영화는 오는 28일 CGV 단독개봉이 결정됐다.
잘생기고 못하는 것이 없는 오빠와 달리 초등학교에 입학해서부터 왕따를 당하고, 엄마는 오빠만 신경 쓰는 탓에 오빠가 미워죽겠는 네이딘(헤일리 스테인펠드 분).
거기다 오빠가 내 유일한 친구 크리스타(헤일리 루 리차드슨 분)와 사귄다는 사실에 짜증이 나는데, 내가 짝사랑하는 남자는 나한테 관심도 없고, 평생 이런 나로 살아간다는 것이 비참하다.
이럴 바엔 확 죽어버릴까 싶어 담임 선생님한테 자살하고 싶다고 말하자, 난 점심때마다 밥도 못 먹게 괴롭히는 너 때문에 죽고 싶다니 이게 말인지 뭔지 모르겠다.
차라리 4년 전 교통사고로 아빠만 죽지 않았다면 그나마 세상에 내 편이 1명은 있었을 텐데, 오빠도 엄마도 담임도 다 싫다. 거기다 우리 오빠랑 사귀는 내 친구까지도.
이 영화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17살 사춘기 여학생이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뤘다.
특히 마지막에 아빠가 죽고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그 짜증나던 오빠도 이제는 달리 보이게 됨으로써 훈훈한 결말을 맺는다.
더욱이 내가 짝사랑 하던 남자에게 너무나 충동적으로 보낸 메시지 때문에 잠자리를 전제로 만나지만, 막상 남자가 잠자리에만 정신이 팔린 것 같아 ‘사랑 없는 섹스’는 불가능 하다는 생각으로 그를 박차고 차 밖으로 나오는 모습은 왜 이 영화가 ‘여성영화제’에서 상영 됐는지 이해가 된다.
주인공 10대의 시각으로 바라본다면 충분히 모든 상황들이 짜증 날만 하지만, 엄마가 볼 때는 저렇게 ‘지랄발광’을 하니 예뻐할 수 없기도 하겠다 싶은 생각이 든다는 점에서 한국어 제목 작명 센스도 만점이라 하겠다.
다만 아쉬운 점은 네이딘의 ‘남사친’ 어윈 김(헤이든 제토 분)이 극중에서 한국인으로 나오지만(정확히 그렇게 표현은 안 했지만, 성이 김씨고 부모님이 3개월 동안 한국에 가셨다는 설정이 이를 입증한다), 실제 헤이든 제토는 중국계 캐나다인이다.
이는 중국인이든 한국인이든 그냥 아시아인은 다 똑같다는 할리우드의 오랜 생각이 그대로 반영된 탓으로 보여 아쉽다.
이 영화는 15세 관람가로 17세가 아직 안 된 중학생들도 볼 수 있다. 흥행예감도 ★★★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