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거리로 내몰린 이유
입동(立冬)이 지나며 제법 추워진 날씨를 따뜻하게 녹여줄 영화 한 편이 우리를 찾아온다.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13년간 5천여 명의 ‘거리의 아이들’을 구해낸 일본의 어느 교사의 실화를 다룬 수필집 <얘들아 너희가 나쁜 게 아니야>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물론 실화를 바탕으로 하긴 했으나 국내 교육 환경에 맞게 다소 손을 보긴 했는데, 처음 이성한 감독이 원작자를 만났을 때 ‘교사’가 아닌 ‘아이들’에게 초점을 맞춰달라는 요청을 받고 동의해 주인공 교사를 ‘슈퍼 히어로’처럼 그리지 않은 것이 돋보이는 점이다.
조폭이었던 아버지가 3살 때 세상을 떠난 후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준영(윤찬영 분)은 가난하단 이유로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괴롭힘을 당한다.
병에 걸린 엄마는 제대로 돈벌이도 하지 못해 어린 준영이 학교에서 남은 급식을 가져와 같이 먹는 등 가정형편이 매우 어렵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폭주족 형이 어린 준영을 친구들로부터 구해주고 이때부터 그는 폭주족 생활에 빠지게 된다.
그렇게 어울려 다니던 그는 급기야 본드를 흡입하는 지경에까지 이른다.
그런 준영을 보면서 담임교사인 민재(김재철 분)는 아버지처럼 친구처럼 그를 대한다. 절대 ‘꼰대’처럼 그를 혼내지 않고 진심으로 그를 감싸준다.
아무 이유 없이 단순히 짜장면이 먹고 싶다고 하면 사 주고, 자신의 집에서 재워주기도 한다.
준영도 민재의 이런 모습에 서서히 마음을 열고 자신을 믿어주는 민재에게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변하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개가 똥을 끊는 것’ 보다도 본드를 끊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정신과 치료를 받을 의향도 있어 민재에게 도와달라고 부탁도 하지만, 그러면서 한편으론 계속해서 본드를 한다.
이런 준영의 모습을 보면서 민재는 화를 내진 않지만 점점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른다.
그래서 어느 날 밤, 준영이 또 본드를 했다며 오늘 자러 가도 되냐고 묻길래 냉정하게 오늘은 다른 일이 있어서 안 된다고 거절한다. 물론 다른 일정은 없었다.
이에 준영은 자신을 유일하게 믿어주던 선생님마저 자신을 포기했단 생각에 삶의 의욕이 RuR이고, 그렇게 그는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이 일로 민재는 큰 충격을 받는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 준영을 꼭 닮은 지근(윤찬영 분)을 알게 된 민재는 그때의 일이 생각나 지근을 따뜻하게 감싸준다.
그러나 지근은 쉽게 민재에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그런 지근의 마음을 움직이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상급반’ 수연(김민주 분).
지근은 소위 말하는 ‘불량 청소년’이고, 수연은 ‘모범생’이지만 둘 다 어려운 가정환경을 지녔다는 공통점은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누가 먼저 “널 좋아한다”고 고백만 안 했지 남들이 볼 땐 서로 사귀는 사이나 마찬가지다.
지근의 ‘삼총사’ 친구인 현정(김진영 분)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제법 공부를 잘 했는데, 매일 밤마다 엄마가 운영하는 호프에서 일을 거들어 주고 새벽에 잠들어 점심시간이 다 되어서야 등교하는 까닭에 성적은 바닥이다.
또 용주(손상연 분)는 알코올 중독인 아버지랑 둘이 사는데, 아버지의 술주정이 싫어서 자기 방에서 게임에만 매진한다. 그런 그에게 ‘삼총사’ 멤버들에게도 말 못한 고통스러운 일이 있으니 정기적으로 동급생들에게 돈을 갖다 바치고 있다.
이 영화 속 아이들은 하나같이 저마다의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그들의 비행(非行)을 미화하거나 옹호하는 것은 아니고, 우리가 흔히 ‘불량 청소년’으로 낙인찍은 아이들이 저마다 그렇게 된 사연이 있다는 걸 보여줌으로써 극중 민재처럼 그들에게 마음을 열고 한 발 다가가자는 메시지를 전한다.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는 과거에 어떻게 살았든지 상관없이 누군가가 돕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오는 21일 개봉한다.
참고로 극중 수연 역을 맡은 김민주는 아이즈원으로 데뷔하기 이전에 오디션을 통해 이 영화에 먼저 캐스팅이 됐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