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지 않게 사회문제 다뤄 감동 선사
2000년 부산을 배경으로 한 영화 <감쪽같은 그녀>는 예고편만 보고 단순히 60살 차이나는 할머니와 손녀의 좌충우돌 코미디물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 영화는 재혼가정, 조손가정, 치매노인, 입양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부산에서 혼자 살고 있는 변말순(나문희 분) 할머니는 비록 독거노인이지만 소실삼아 손수건에 수를 놔서 팔기도 하고, 동네 할머니들과 고스톱도 치면서 사고 없이 무탈하게 일상을 보내며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마 애 하나가 갓난아이를 업고 찾아와선 자기 엄마가 할머니 딸이라고 밝힌다.
오래 전 연예인이 된다고 집을 나간 딸이 낳았다는 생전 처음 보는 아이가 자신의 손녀라고 하니 당황스럽고 황당하긴 하지만, 애 엄마가 죽어서 같이 살려고 찾아왔다는데 차마 내칠 수 없어 같이 살기로 한다.
혼자 적적하게 살다가 자신이 돌봐야 할 아이가 둘이나 집에 들어오니 갑자기 집에 생기가 돌기 시작하는 게 싫지만은 않다.
그렇게 말순 할머니와 공주(김수안 분)는 나이를 뛰어넘어 친구처럼 지내며 가족으로 거듭난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할머니에게 상대방에게 감쪽같이 숨겨 온 비밀을 털어놓는 ‘감쪽같지’ 게임을 하자고 제안하고 게임 도중 실수로 자신이 할머니 딸의 친딸이 아님을 털어놓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말순 할머니는 비록 자신의 딸이 공주의 새엄마이지만, 공주의 아빠가 죽은 후에 끝까지 혼자 공주를 보살폈듯이 이젠 자신이 공주를 손녀처럼 끝까지 돌봐 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얼마 후 말순 할머니가 치매에 걸려 정신이 오락가락 하기 시작하고, 공주의 동생 진주는 조금은 흔치 않은 병에 걸려 당장 치료가 필요하지만 말순 할머니에겐 그럴 돈도, 정신도 없다.
결국 앞길이 창창한 진주의 앞날을 위해 입양을 결심하고, 요양원에 들어가게 돼 혼자 남은 공주 역시 진주를 입양한 집에서 같이 살자는 제안을 받지만 아픈 할머니 곁에 자신이 남아 끝까지 보살피겠다며 거절한다.
다시 한 번 이야기 하자면 이 영화는 재혼가정, 조손가정, 치매노인, 입양 등 다양한 사회문제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고 아주 칙칙하고, 무거운 영화는 아니다.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허인무 감독은 촬영 전 조손가정에 대해 조사를 하면서, 밝은 이야기를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특히 각자의 상황에 따라 조손가정이 생길 수도 있는데 이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해 이 영화를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배경이 2000년인 이유는 영화 내용상 말순과 공주의 추억을 넘어 현재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과거부터 이야기를 시작해야 했는데, 그렇다고 너무 오래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인물이 묻힐까 싶어 요즘과 큰 차이가 없는 2000년으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6년생인 김수안에게 2000년의 부산은 낯선 과거였던 듯하다. 그녀는 전작에서 좀비에게 쫓기고(부산행), 사후세계를 연기(신과 함께: 죄와 벌) 했던 것에 비해 현실적인 이야기의 영화에 출연한 소감을 묻자 어차피 자신에겐 소품을 비롯해 당시가 낯설어서 마찬가지였다고 답했다.
오랜만에 관객에게 얼굴을 드러낸 최정윤과 최근 연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소녀시대 출신 최수영의 등장이 관객에게 또 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감동과 코미디 모두를 잡은 영화 <감쪽같은 그녀>는 다음 달 4일 개봉을 앞두고 있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