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농락하던 부행장의 끝은?
솔직히 이 영화의 장르를 정의하긴 쉽지 않다. 살색(?)이 많이 나오긴 하는데, 한편으론 부부의 사랑을 강조하고, 그러면서 간간히 유머 코드도 버무렸기 때문이다.
아예 대놓고 19금 영화로 가든지, 드라마나 로맨틱 코미디로 가든지 하지 않고 어정쩡한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영화 속에서 남편(김인권 분)은 친구에게 무리하게 대출해 준 것이 문제가 될 것에 대비해 친구의 연락처를 물으러 친구의 전처(장가현 분)에게 찾아갔다가 ‘유혹’을 당하고, 아내(이나라 분)는 우연히 일로 만나게 된 남편의 상사(서태화 분)와 몇 번 잠자리를 갖게 된다.
나중에 부하직원의 아내인 걸 알게 된 남편의 상사는 그를 ‘승진 발령’이라는 명분으로 멀리 제주도로 보내 버리고, 어쩌다 보니 몇 번 부적절한 잠자리를 갖게 됐지만 여전히 자신은 남편을 사랑하기에 이건 아니다 싶어 남편의 상사에게 그만 만나자고 말한다.
이에 남편의 상사는 복수를 위해 무리하게 진행한 대출을 ‘배임’으로 몰아세운다.
뭐 이외에도 더 많은 이야기가 있긴 하나 이런 과정 속에서 서로 살과 살을 섞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몇 해 전 일본에서 다시 유행하기 시작한 로망 포르노(내용에 상관없이 10분마다 반드시 성행위가 등장해야 하는 조건의 영화)를 연상시킨다.
물론 이 영화가 다른 에로영화와 다른 점이 있다면 김인권, 서태화, 장가현, 이나라 등 비교적 얼굴이 알려진 배우들이 많이 등장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 했듯이 아예 ’19금 영화’에 초점을 맞추던지, 아니면 로맨틱 코미디에 초점을 맞추던지 하지 않고 ‘야한 장면’이 나오다 갑자기 ‘유머’가 등장하다가 결론은 부부가 서로 바람은 피웠으나 그래도 배우자가 최고다 앞으로 바람은 피우지 말자는 식으로 몰아간다.
그런 까닭에 영화를 본 관객들이 이 영화에 대해 ‘야한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메시지가 있는 영화’라거나 ‘로맨틱 코미디 영화’라고 평가하기도 뭣하다.
그나마 이 영화를 본 관객들이 얻을 수 있는 수확은 오영욱의 아내 김연경 역을 맡은 이나라의 재발견이라는 점이다.
그동안 <어린 의뢰인> <블랙 머니> 등을 통해 관객과 만나긴 했으나, 이번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를 통해 매력적인 커리어 우먼이자 잠시 흔들리긴 했지만 남편에게 돌아가는 모습을 보여줘 관객들의 뇌리에 박힐 듯하다.
자신의 사회적 지위 혹은 외모를 앞세워 뭇 여성들을 농락하는 장민식(서태화 분)의 말로(末路)를 통해 지금도 행해지고 있는 ‘힘 있는 자들’의 여성편력에 일침을 가한다.
영화 <아직 사랑하고 있습니까?>는 다음 달 4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