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를 믿지 않는 당신께
우리는 대부분 나이를 먹으면서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부정(否定) 한다. 더 이상 산타는 없으며, 크리스마스 선물은 부모님이 사 주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영화 <산타 앤 컴퍼니>를 보면 이 생각이 틀렸음을 알 수 있다. ‘실제로 있었을 수도 있음’을 밝히며 시작하는 이 영화는 크리스마스를 얼마 앞둔 어느 날, 갑자기 산타의 장난감 공장에서 일하는 요정들이 비타민 부족으로 쓰러지면서 시작한다.
전 세계의 모든 아이들에게 곰 인형을 비롯한 선물을 주기 위해 불철주야 일하던 그들에게 산타는 즉흥적으로 선물 생산량을 늘릴 것을 요구하기 일쑤다.
더욱이 요정들에게 급여라는 걸 줘 본 적이 없으니, 우리의 기준으로 보면 ‘악덕 고용주’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래서일까. 과로로 한 요정이 쓰러지고, 마치 짠 것처럼 다른 요정들도 모두 쓰러지고 만다.
9만 2천 명이나 되는 요정이 실신하자 당황한 그는 과거의 문헌에서 비타민C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음을 알게 되고, 결국 비타민C를 구하려 인간 세상으로 온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빨간 옷'(사실 산타클로스의 옷 색깔이 빨간색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은 코카콜라의 광고 탓이다)이 아닌 ‘초록색 옷’을 입은 그가 대뜸 약국에 들어가서 요정들에게 줄 비타민C를 찾자, 그를 정신이 온전치 못한 사람으로 오해한 약사가 경찰에 신고한다.
하지만 경찰서 유치장에서도 유유히 빠져 나온 그는 순록을 타고 한 가정집 옥상에 터를 잡는다.
아이의 부모들은 그를 미친 사람 내지는 위험인물로 생각해 경계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자신들이 마음속으로 생각한 선물을 대번에 알아맞히자 그가 진짜 산타클로스임을 확신한다.
순록이 하늘을 나는 모습을 보고난 후에야 그가 진짜 산타임을 인정한 아이의 부모는 그를 도와 비타민C 9만2천정을 구하는데 도움을 준다.
이 과정에서 크고 작은 여러 사건이 벌어지는데, 이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를 믿지 않는 우리 어른들의 불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대개는 프랑스 영화라고 하면 예술성이 지나치게 강조된 탓에 재미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프랑스 코미디 영화의 거장인 알랭 샤바가 주인공 산타 역은 물론, 각본과 연출까지 맡은 만큼 재미있게 볼 수 있다.
참고로 9만2천 명에 달하는 요정은 사실 남녀 배우 2명이 각각 4만6천 명의 요정 연기를 감당해서 만들어 낸 시각효과의 산물이라고 한다.
특히 여자 요정을 연기한 루이즈는 알랭 샤바 감독의 딸이지만, 엄연히 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는 점도 눈여겨 볼만 하다.
지금 우리는 물질의 풍요 속에 살아가고 있다. 사실 돈만 있으면 갖고 싶은 그 무엇도 손에 넣을 수 있다.
하다못해 대형쇼핑몰에서 외제차와 고급 오토바이도 살 수 있고, TV홈쇼핑으로 아파트도 살 수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어떤 아이들은 산타로부터 곰 인형이나 크레용 하나만 받아도 기뻐한다. 그만큼 아이들이 순수하다는 증거다.
그런 아이들을 위해 크리스마스를 3주 앞둔 지금 이 순간에도 산타클로스와 요정들은 아이들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선물을 준비하고 있다.
알렝 샤바 감독은 “산타를 믿는 아이들과 영화를 촬영하느라 어려움이 있었냐?”는 질문에 “산타클로스는 존재한다. 나는 질문을 이해할 수 없다”고 답했다고 한다.
어쩌면 이 영화는 아직도 산타를 믿지 않는 어른들에게 바치는 영화가 아닐까 싶다.
영화 <산타 앤 컴퍼니>는 오는 1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