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을 통제당하는 이모티콘
애니메이션 <이모티: 더 무비>는 알렉스라는 어느 고교생의 핸드폰 안에 사는 이모티콘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이모티콘들은 각자 조그만 방 안에서 대기하고 있다가 알렉스가 선택하는 순간 스캔을 통해 휴대전화 화면에 표시된다.
이를 위해 알렉스가 자주 사용하는 이모티콘들은 따로 좋은 자리에 배치해 뒀고, 이 때문에 이모티콘들 사이에서도 양극화가 심하다.
문제는 ‘뭐….’라는 이모티콘은 다른 이모티콘들과 달리 자신의 감정을 너무 솔직하게 표현하는 탓에 다양한 표정을 짓는다는 점이다.
우는 이모티콘은 설령 로또에 당첨돼도 웃지 못한 채 울어야 하는 채로 살아가지만, ‘뭐…’ 이모티콘은 자기 부모처럼 늘 시무룩한 표정만 짓지 않아 이모티콘 사이에서 이단아 취급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알렉스가 ‘뭐…’ 이모티콘을 선택했는데, 어린 나이에 이모티콘으로 처음 데뷔하던 날이라 떨린 나머지 스캔 과정에서 너무 다양한 표정을 지어버려 아주 요상한 이모티콘이 알렉스가 짝사랑하는 여자에게 전달되고 만다.
당황한 알렉스는 휴대전화가 고장났다고 생각해 초기화를 하러 A/S센터 방문 예약을 한다.
알렉스의 휴대전화 초기화로 전부 사라질 위기에 처한 이모티콘들은 어떻게든 초기화를 막으려 하고, ‘스마일’ 아이콘은 ‘뭐…’ 아이콘을 백신봇을 이용해 제거하려고 든다.
이 애니메이션은 휴대전화 속에 사는 이모티콘들의 세상이라는 소재 자체가 주는 신선함이 매우 돋보이는 작품으로, 특히 늘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야 하는 우리네 감정노동자들의 애환을 잘 보여준다.
수화기 너머로 성희롱을 당해도 “사랑합니다 고객님”을 외쳐야 하고, 남자친구가 바람이 났어도 웃는 얼굴로 티켓 발권을 해줘야 하는 이른바 감정노동자들.
그들은 남자친구가 바람이 났으면 난거지 왜 얼굴을 찌푸리느냐고 혼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들도 인간이기에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않고 솔직히 표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다.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주인이 놀랄까봐 설령 자기 꼬리를 밟혀도 아프다고 낑낑 거리지도 못하고, 공원에서 뛰어놀지도 못하도록 철저히 자신의 감정을 숨긴 채 살아가도록 훈련 받는다.
어쩌면 지금 우리나라의 감정노동자들은 사람이 아닌 시각장애인 안내견처럼 살도록 강요받고 있는지도 모른다.
애니메이션 <이모티: 더 무비>는 8월 2일 개봉한다. 흥행예감도 ★★★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