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석 신부가 일깨운 행복의 의미
2010년 한 편의 다큐멘터리로 종교를 떠나 국민들에게 존경의 대상이 되었던 한 신부(神父)가 있다. 바로 <울지마 톤즈> 이태석 신부다.
아프리카 수단에서 의사로, 교사로, 지휘자로 그리고 신부로 살던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0년 만에 다시 한 번 관객들에게 눈물과 감동을 선사할 예정이다.
오는 9일 개봉을 확정지은 다큐멘터리 영화 <울지마 톤즈2: 슈크란 바바>는 전편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그의 모습은 물론 그가 세상을 떠나고 10년 동안 일어난 일을 담았다.
전편과 마찬가지로 이금희 아나운서가 내레이션을 맡아 그의 삶을 더 돋보이도록 차분한 목소리로 관객들의 심금을 울릴 예정이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업인 의사라는 일을 관두고 갑자기 사제 서품을 받은 후, 굳이 자원하여 아프리카 수단으로 향한 이태석 신부,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지만 그는 어릴 때부터 소원이었다며 담담히 말한다.
만약 건강과 돈이 행복의 기준이라면 그가 도착한 수단의 톤즈에 사는 이들은 행복하지 않은 이들일 것이다. 먹을 것이 없어 장기가 부풀어 배는 볼록하고, 돈이 없어 하루에 옥수수 알갱이 한 줌 먹는 게 다이니 말이다.
그런 그들을 위해 의사 출신인 이태석 신부는 병원을 지어 진료를 한다. 병원까지 오지 못하는 이들을 위해선 직접 차를 타고 가 이동진료를 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길도 없는 숲을 낫으로 베면서 이동하기도 한다.
그는 예수께서 그러 했듯이 나병 환자 등에게 기꺼이 다가간다. 그렇게 어려운 상황에 처한 이들 중에서도 더 어려운 이들이기 때문이다.
그가 이렇게 가진 것 없는 이들을 가슴으로 품게 된 것은 자신도 어린 시절 가난했기 때문인 것 같다.
성당을 다니며 음악으로 사람들과 하나가 되었던 어린 이태석을 떠올리며 그는 그들에게 악기를 가르친다.
의외로 습득력이 빨리 불과 4일 만에 오케스트라 연주가 가능할 정도다. 그는 이들에게 단복을 맞춰 입히고는 중요한 행사에 참석해 공연을 할 기회를 만들기도 한다.
이를 통해 전쟁으로 부모를 잃은 이들, 가난에 허덕이는 이들은 희망을 보게 된다.
이태석 신부는 진료가 없을 때는 자신이 직접 교사가 돼 아이들을 가르치기도 한다. 이쯤 되면 1인 몇 역인가 궁금할 정도지만 이게 다가 아니다.
자신이 직접 학교를 설계해 벽돌을 만들어 공사를 하기도 하고, 심지어 발전기와 태양광 시스템을 연결해 날씨가 좋을 때든 그렇지 못할 때든 전기가 끊이지 않게 설계하기도 한다.
전기 기술자도 이 정도의 지식을 갖고 있다는 건 보통 실력이 아니라며 놀랄 정도다.
그렇게 톤즈 사람들에게 희망을 선사하던 이태석 신부는 그러나 대장암에 걸린다.
치료를 위해 한국에 들어온 후에도 곧 다시 수단으로 돌아갈 희망을 버리지 않던 그는 그러나 2010년 1월 수단이 아닌 천국으로 돌아갔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어느 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그 사이 그가 세운 고등학교를 졸업한 토마스라는 청년은 자신도 이태석 신부처럼 살기 위해 한국에 들어와 의대를 졸업하고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 수련의로 일하면서 이곳에서 결혼도 했다.
남들이 볼 때 행복이 뭔지 모를 것 같아 보이는 이들이 이제는 희망을 갖고 살게 됐다.
이태석 신부는 “행복은 작은 것에 감사하고, 기뻐하며 함께 나누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미 톤즈의 사람들은 행복한 사람들이다.
우리에게 큰 울림을 주는 故 이태석 신부의 모습을 통해 삶의 이정표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것이다.
참고로 이 작품의 부제목인 ‘슈크란 바바’는 수단의 내전 종식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이태식 신부가 작사, 작곡한 동명의 노래 제목으로 ‘하느님 감사합니다’라는 의미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