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 달라져
권상우 주연의 영화 <히트맨>이 지난 14일 기자시사회를 통해 공개됐다.
영화의 내용은 국정원은 과거 ‘인간병기’를 양성할 목적으로 일부러 고아원을 돌면서 싸움 좀 하는 아이들을 스카우트 했고, 이 과정에서 사고로 양친을 잃은 김봉준(권상우 분)은 천덕규(정준호 분)에게 발탁 된다.
아버지는 국가대표 태권도 선수에 어머니 역시 국가대표 체조선수 출신으로 타고난 운동신경을 물려받은 그는 자신 보다 훨씬 나이가 많은 중학생도 거뜬히 때려눕히는 탁월한(?) 싸움꾼이었기 때문.
그러나 김봉준은 자신은 그림 그리는 게 좋다며 거절한다. 그런 그에게 천덕규는 억지로 국가를 위해 일하자며 ‘방패연 프로젝트’에 끌어 들인다.
그림을 통해서나마 부모님이 죽게 된 그 사고를 없던 일로 만들며 위안을 삼았던 김봉준은 어쩔 수 없이 국정원에서 혹독한 훈련을 거치며 최고의 ‘인간병기’로 거듭난다.
국정원 최고의 암살요원(hit man) ‘준’으로 활동하던 그는 어느 날, 기상 악화를 틈타 사고사(事故死) 한 것으로 위장해 드디어 국정원을 벗어난다.
그 후 그는 이름을 ‘김수혁’으로 바꾸고 결혼 해 중학생 딸도 하나 낳고, 그냥 평범하게 살아간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던 그는 웹툰 작가로 일하고 있으나, 정작 악플에 시달리며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달하는 삶을 살고 있다.
그나마 미술학원에서 강사로 일하는 아내(황우슬혜 분) 덕분에 근근이 먹고는 산다.
그러던 어느 날, 래퍼가 꿈인 딸(이지원 분)이 래퍼들처럼 아빠도 아빠의 이야기를 그려보라는 조언을 듣고 술김에 국정원 암살요원으로 활동하던 때 있었던 일을 그린다.
이를 계기로 인터넷에서 그는 최고의 웹툰 작가로 급부상 하고 되고, 국정원은 국가 기밀을 누설했다는 이유로 그리고 당시 ‘준’에게 당했던 악당들은 복수를 위해 ‘수혁’을 잡으려고 혈안이 된다.
이 영화에서 눈여겨 볼 점은 김봉준이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꿈으로 삼았으나 천덕규는 그 일을 하찮게 여겼고, 반면 부인은 그가 비록 한 달에 50만원도 못 버는 무명의 웹툰 작가이지만 10년 넘게 기다려 주면서 응원해 준다는 점이다.
어린 김봉준은 사고 당시를 떠 올리면 트라우마 때문에 홀로 세상을 헤쳐 나가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그리는 그림에서는 사고 직전 뒷좌석에 있던 그가 슈퍼맨처럼 멋지게 맞은 편에서 오던 차를 들어 올려 부모님을 살린다.
아마도 그는 그림에서나마 “그 후로 가족들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와 같은 류의 결말을 통해 비록 지금 눈앞에 부모가 살아있지 않지만 늘 세 식구가 함께 있는 것 같은 위로를 받았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그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단지 고아여서 무슨 일이 생겨도 뒤탈이 없고, 또 싸움을 잘 한다는 이유로 천덕규는 그를 억지로 암살요원으로 길러냈다.
그런 이유로 아마도 ‘준’ 요원은 이 지긋지긋한 일에서 벗어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어느 폭풍우가 불던 날 밤, 작전 중단을 하지 않은 채 바다에 뛰어 들었고 낙하산이 고장 난 것처럼 연기를 해서라도 ‘실종’ 되는 길을 택한 것일 것이다.
비단 이런 일은 우리 일상에서 많이 일어난다. 공부를 잘한다는 이유로 교사의 강요에 의해 자신의 의지와 무관한 학과에 지원하기도 하고, 집안이 어렵다는 이유로 진학 보다는 취업을 강요받기도 한다.
그러나 그 끝은 영화 속 ‘준’처럼 그곳에서 탈출하는 것이 대부분일 것이다.
반면, 웹툰 작가인 ‘김수혁’의 아내는 남편이 10년 넘게 웹툰을 그리면서 돈도 제대로 못 벌어오지만 언젠가 당신은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용기를 북돋우면서 기다려 준다.
그런 아내 덕분이었는지 몰라도 그는 최고의 인기 웹툰 작가로 거듭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의지’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그것을 꺾어 버리느냐, 북돋아 주느냐에 따라 결과는 달라진다.
지금 당신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가? 혹은 타인에게 그 사람의 의지와 무관한 삶을 강요하고 있지는 않은가?
영화 속에서 김봉준은 천덕규를 만나 암살요원(hit man)이 되기도 하고, 아내를 만나 인기(hit)있는 사람(man)이 되기도 한다.
영화 <히트맨>은 추석 연휴 직전인 오는 22일 개봉한다.
/마이스타 이경헌 기자